“눈은 흐리지만 실력은 있습니다.”

광주지역 특수학교인 세광학교에 다니는 김소율(19)양은 대학수학시험능력평가(수능)를 하루 앞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1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광주지역 장애인 수험생은 총 26명이다.

장애별로 보면 중증 시각 장애인 1명, 경증시각 장애인 9명, 뇌병변 장애인 8명, 중증청각 장애인 6명, 지체장애인 2명 등이다.

김양은 다른 수험생보다 더 험난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점자 시험지여서 일반적인 시험 시간보다 매 교시 1.7배 시간이 더 부여된다.

시각장애 수험생들은 1교시 국어영역 시험을 무려 136분 동안 치른다. 비장애인 학생(80분)에 비해 시험 시간이 길다.

결국, 장애학생이 모든 시험을 치르고 수험장을 나서는 시간은 밤 9시다. ‘전쟁같은 시험’이다.

장애 1급인 김양은 태어날 때부터 잔존 시력으로 살아왔다. 아주 가까운 사물만 흐릿하게 볼 수 있는 상태다.

영어는 점자 영어 표시를 따로 구분하고 약자도 별개로 외워야 해서 시각장애인에게는 두배로 어렵다는 게 김양의 말이다. 또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점자책은 무겁고 매번 손으로 읊고, 귀로 들어가며 공부해야 하는 탓에 비장애인보다 학습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김양은 비장애인들보다 시간이 2배 걸리는 만큼, 2배 더 열심히 했다고 강조했다.

세광학교를 다니며 새로운 꿈을 갖게 된 김양은 전남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해 최종적으로 장애학생들을 사랑으로 보듬는 선생님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김양에게 이번 수능이 더욱 특별한 이유다.

김양은 매일 밤 8시까지 학교에 남아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세광학교 내 시각장애 친구들과 정보 단말기로 공부 파일을 공유했다. 어려운 과목은 서로 문답을 주고받기도 하고, 힘이 들 때는 서로를 의지하기도 했다.

김양은 “대학에 가기 앞서 장애를 존중해 주고 배려해 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게 걱정도 되지만,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기대감이 더 크다”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한쪽 시력을 잃은 양동수(19)군도 역시 이번 수능에 모든 걸 털어놓고 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시각 장애 6급인 양군은 “시각장애 특성상 책을 한쪽 눈으로만 봐야 해 그간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장애인에게 이상해 보일 만큼 특이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여가며 책을 읽어야 했다. 학습자세 때문에 몸 구석구석이 쑤시고 아프기도 했다는 것이 양군의 이야기다.

하지만 양군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시·청각 공부를 꾸준히 했다. ‘검사’라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양군은 “더 이상 남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와 가족, 주변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수능을 위해 하고 싶은 것도 참고 열심히 공부했다”며 “모든 힘을 쏟아낸다는 심정으로 이번 시험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