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체성 지닌 남성 예비군 훈련 면제해야”
2023년 11월 12일(일) 20:45
광주지법 행정1부 판결
여성 정체성을 갖고 있는 남성에게 예비군 훈련을 받도록 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박상현)는 남성인 A씨가 광주·전남병무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병역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3년 신체등급 1급을 받고 2016년 현역병으로 입대했으나 ‘군 복무 적응 곤란자’로 분류돼 이듬해 사회복무요원으로 편입돼 병역을 마쳤다.

제대 후 A씨는 2019년에 처음으로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지난 2021년 정신과에서 성전환증 진단을 받고 여성호르몬 요법 등을 받으며 여성으로 살았다.

지난해 12월 A씨는 각종 진료기록,심리평가보고서 등을 병무청에 제출하고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병역 처분 변경 신청을 냈다.

병무청은 A씨가 제출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별도 위탁검사도 실시했다.

위탁검사결과 임상적 진단 부분에서 성별 불일치감, 여성으로 대우받고 싶어하는 욕구 등의 A씨의 심리평가보고서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병무청은 신체등급 3등급으로 판정했고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나는)고도의 성별불일치로서 신체등급 5급에 해당한다”며 “사회·신체적으로 여성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남성 예비군들과 함께 훈련받도록 하는 것은 가혹하며 다른 성전환자들에게는 훈련을 면제하는 처분을 한 점으로 미뤄 평등의 원칙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병무청은 임상적 진단이 추정에 불과하더라도 A씨의 진단결과를 배척할 수 있는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했다”면서 “A씨가 오로지 예비군 훈련을 면제받을 목적으로 2년 이상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으며 여성으로 살아가려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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