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어떤 소설?
2023년 11월 10일(금) 13:30
시적인 문체와 선연한 이미지로 ‘제주 4·3’의 아픔 등 그려

한강 작가.

올해의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에 선정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는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작가의 말’)고 했다.

9일(현지시간) 메디치 문학상 심사위원단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메치치 외국문학상에 선정했다. 우리나라 작가 작품이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건 처음이며, 메디치상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부커상 수상 이후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기억과 사랑, 상흔 등을 작가 특유의 시적인 문체와 선연한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당초 2019년 겨울부터 2020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하며 호응을 받았다.

작품은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의 꿈으로부터 전개된다. 눈발이 흩날리는 벌판에 수많은 통나무들이 서 있다. 어느 순간 물이 차오르고, 경하는 무덤들이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잠에서 깬다. 경하는 악몽이 지난 책에서 다룬 학살에 대한 꿈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제주에 가 있는 친구 인선과 함께 꿈과 관련한 것을 영상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는데….

신형철 평론가는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며 “‘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고 평한다.

한편 한강은 지난 9월 프랑스어판 출간에 맞춰 파리에서 독자들과의 만남 행사도 가졌다. 행사에 앞서 연합뉴스와 만난 한강은 “역사적 사건을 소설로 쓴다는 건 인간 본성을 들여다보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제주 4·3사건을 모르는 프랑스 독자들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강은 지난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서울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했으며 장편소설 ‘검은 사슴’,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등을 펴냈다.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인터내셔널 부커상 등 국내외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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