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책방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3년 11월 02일(목) 00:00
여행지에서 만난 서점 ‘오래된 미래’는 기억에 남아 있는 공간이다. 서점이 자리한 곳은 충남 당진시 면천면. 서점을 찾아가는 동안 줄곧 면 단위 작은 마을의 동네 책방은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했다. 무엇보다 주민이 많지 않을 이 작은 동네에 서점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다.

면천읍성을 품은 동네에 들어서 책방 앞에 섰을 때 작은 탄성이 나왔다.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담고 있는 서점은 60년 된 2층 양옥집을 개조한 곳으로 예전에 자전거 수리점이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서점에서 주인장이 선별한 책을 만날 수 있었고, 마치 빨강머리 앤이 머물렀을 것 같은 다락방 느낌의 2층 공간에서 만화책을 뒤적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대폿집이었던 서점 옆 잡화점 ‘진달래상회’는 얼마나 또 멋지던지.

바닷가 모래사장에도 서점이 문을 열었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북 라운지’를 내세운 보성 ‘율포 파랑책방’이다. 이름처럼 파란색으로 꾸며진 작은 책방에는 느린편지 우체통도 놓여있어 엽서 한장 띄워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개성있는 작은 서점들이 인기를 모으면서 “이런 곳에도 서점이?”라는 생각이 들만한 곳에서도 책방을 만날 수 있지만 서점이 단 한 곳도 없는 군(郡)도 있어 대조적이다. 2022년 지역서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서점 소멸 지역’은 6곳, 서점이 하나 뿐인 ‘서점 소멸 위험 지역’은 30여 곳으로 모두 인구 이탈이 심한 지역이었다.

최근 서점 불모지였던 신안군에 ‘1004 책방’이 문을 열었다. 군은 책방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자를 찾았다. 도서관도 겸하는 책방에는 장난감이 비치된 공동육아나눔터와 카페가 있고 북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거나,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어떤 책이 나왔나 궁금해하며 서점 산책을 하는 즐거움은 어디에도 비할 데가 없다. 책방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책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모두 나만의 동네 서점 사용법을 한번쯤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다.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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