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년…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2023년 10월 30일(월) 00:00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가 어제로 1주기를 맞았다.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생때같은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아직도 그날의 아픔에 머물러 있다.

이태원 참사는 비단 서울만의 슬픔이 아니다. 광주·전남 출신 젊은이들도 많이 희생됐다. 서울에서 첫 직장을 잡았던 20대 여성, 고향 친구들과 모임에 참석했던 20대 남성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태원 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영백 씨는 아들을 잃은 아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참사의 진상도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지는 사람도 한 명 없다고 통탄했다.

유가족들이 한탄하는 이유는 사고 이후 정부의 조치가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임있는 정부 관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상 규명,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추모 공간 조성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간단할 것 같은 추모 공간 조성만 하더라도 유가족협의회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불가능한 장소들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식 추모 공간이라도 마련해 주면 유가족들이 일상 생활로 복귀할텐데 그것조차 안하는 것이 이태원 참사 1주기의 현실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의 대처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게 한다. 정부의 기본 의무 가운데 하나가 국민의 생명권 보장이다. 참사를 막지 못한 것도 잘못이지만 이후 책임지는 사람 한 명 없고 이렇다할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도, 처벌도,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도 없다보니 치유와 회복은 멀기만 하다.

정부와 여당은 1주기 추도식까지 정치공세로 치부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상규명에 나서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정치권은 정파를 떠나 국회에 계류중인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특별법안’ 처리에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