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여순사건, 진상규명 속도 높여야
2023년 10월 20일(금) 00:00 가가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이 75주기를 맞았지만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 회복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75주기를 맞아 어제 고흥에서 정부 합동 추념식이 열렸고 여수와 순천에서도 창작 오페라 공연과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지만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순사건위원회가 출범 2년을 맞았는데도 소극적인 활동으로 진상규명 조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순사건위원회는 명칭부터가 ‘여순사건 진상규명·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다. 진상 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이 핵심이라는 지역민들의 염원을 담았는데 정작 활동은 실망스럽다. 위원회는 지난해 출범이후 1년 10개월 동안 7067건의 희생자 신고를 접수했지만 고작 4.8%인 345건에 대해서만 심의를 마쳤다. 법적 활동시한이 내년 10월 5일로 1년도 남지 않았는데 조사 진척도가 5%도 안된다.
여순사건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중앙위원회와 전남지사가 위원장을 맡은 실무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실무위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해 중앙위로 보내면 중앙위에서 희생자 및 유족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활동이 지지부진한 원인은 중앙위와 실무위간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실무위가 신고 접수 건수의 22%에 해당하는 1545건을 중앙위에 올린 것도 속도가 느린데 중앙위에서 미온적인 태도로 심의하다보니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국가 차원의 조사위원회 출범에 여순사건 희생자들은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조사 진척률이 바닥을 기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여순사건은 희생자와 유족들의 나이가 많아 서둘러 조사를 마쳐야 한다. 중앙위와 실무위간 소통을 강화해 속도를 높이고 인력 보강과 직권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활동 시한 연장 등도 고려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