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낭비하는 용역 만능주의 이대로 둘텐가
2023년 10월 19일(목) 00:00
광주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무분별한 용역 발주가 예산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용역의 상당수가 실제 사업으로 연계되지 않고 용역을 위한 용역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광주시의회 심창욱(민주·북구5) 의원은 엊그제 시정질의에서 광주시가 발주하는 용역 가운데 사장된 프로젝트가 있고 타당성 부족으로 심의 단계부터 부결되는 경우도 많다고 질타했다. 광주시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485건에 578억 원을, 올 들어 4월말까지 131건에 78억 2000만 원을 용역비로 지출하는 등 매년 수백억 원을 용역비 명목으로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사업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등 부실 용역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또 3년간 95%에 달하던 심의 통과율이 크게 낮아진 것도 부실 용역의 단면을 반영한다. 심 의원은 광주 아시아캐릭터 테마파크, 오페라하우스 건립 용역 등을 부실 용역의 단적인 예로 꼽았다.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법적 절차인 용역은 공학술, 기술에 따른 사전 타당성을 파악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필요성 등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책임 회피, 보여주기식으로 무조건 외부 용역을 맡기는 것은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심 의원의 지적처럼 “일하기 편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무조건 외부 용역부터 맡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뒤늦게 광주시가 개선 방안을 수립해 내년 용역 과제 36건 중 23건만 승인하고 나머지는 광주연구원 과제로 전환하거나 부서에서 자체 추진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책임회피식 용역에 혈세가 투입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결정 권한과 자체 연구 확대 등 획기적인 대책을 통해 용역 만능주의에 따른 예산 낭비를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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