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 병원성 박테리아, 색 변화만으로 찾아낸다
2023년 10월 17일(화) 19:00
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센서 개발
스마트폰 앱으로 쉽고 빠르게 분석
환경모니터링·공중 보건관리 기여

임은경 박사.<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3년간의 팬데믹을 거치면서 공중 보건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박테리아 농도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은 17일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임은경<사진> 박사팀이 실시간으로 대기 중에 있는 병원성 박테리아를 검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향후 학교나 사무실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공기 모니터링을 통해 생물학적 위해물질을 검출하고, 감염병 확산예방 및 의료·식품 안전·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테리아 검출 방식으로는 미생물을 분리 배양해 종을 판별하는 ‘분리 동정법’과 생화학적 특성을 확인해 판별하는 ‘생화학 동정법’ 등이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도 부정확하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증폭기술(PCR)이나 염기 서열 분석(NGS)·질량 분석(MS)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신속성과 정확성은 높아졌지만, 검사 비용이 많이 들고 샘플 운반 과정에서 샘플이 오염될 우려도 있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센서는 현장에서 별도의 분석 장비 없이 시료의 색 변화로 누구나 손쉽게 표적 박테리아를 검출할 수 있다.

박테리아는 암모니아를 만들어내는 ‘유레이스’(urease)라는 효소를 생산한다. 연구팀은 이 사실에 착안해 암모니아를 만나면 노란색에서 밝은 자주색으로 색이 변하는 시약을 제작했다.

시약에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시약이 표적 박테리아 유전자와 결합하면 유레이스 효소가 증폭되면서 보다 민감하고 극명한 색 변화가 일어난다. 1시간 이내에 육안으로도 표적 박테리아를 검출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실제 박테리아 검출 화면.<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이러한 색 변화는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정확한 박테리아 수치와 질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유레이스 효소 농도(0~1000㎍/㎖)를 RGB 값으로 변환하고 색상과 휘도를 분석해 정량화된 수치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박테리아 3종(세레우스균·황색포도상구균·마이크로코커스 루데우스)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앱 성능 평가결과, 흡광도에서 명확한 차이를 나타내며 높은 민감도를 보였다.

연구책임자 임은경 박사는 “유전자가위 기술과 비색 변화 기술을 융합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대기에서 부유하는 병원성 박테리아의 존재 여부를 신속하게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향후 제품화를 통해 실내외 환경 모니터링과 공중 보건관리,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 15일 발행된 환경 분야 유수 저널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IF 14.224)’에 게재됐다.

/이유빈 기자 lyb54@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