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2040] 유능한 정치인 감별사 - 김대현 위민연구원 원장·시사평론가
2023년 10월 10일(화) 00:00
“싹쓸이를 막아주십시오.” “열린우리당을 살려주십시오.” 2006년 제4회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나온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선거 구호였다. 당시 국회 152석의 거대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이렇게 대국민 읍소 전략을 펼쳤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여당이 이렇게 참패를 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한 예로 광역단체장 선거만 놓고 보더라도 전국 16개 광역시 중 전북을 제외하곤 모두 패배했다. 불과 2년 전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반발한 민심이 열린우리당에 과반을 넘는 의석을 주었던 것에 비하면 민심의 변화는 당혹감을 넘어 정치학에서 두고두고 연구해 볼 만한 대상이 되었다.

당시 이 선거는 다음 해인 2007년 대통령선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 지표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대선까지 패배하면서 보수진영에 정권을 내주었다. 그뿐 아니었다. 당내 분열도 가속화 되었다. 선거 참패로 인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곤두박질했고 탈당한 의원들과 과거 민주당 의원들이 다시 만나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하였지만 이마저도 대선 패배 후 한국노총과 시민단체까지 합세한 민주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이렇게 분열과 이합집산을 거친 뒤 5년 후 치러진 2012년 대통령 선거 또한 보수진영의 승리로 끝났다. 2017년에 와서야 10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지만 열린우리당 창당 시점인 2004년부터 시작된 크고 작은 선거의 패배는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암흑의 세월이었다.

그렇다면 민심은 왜 이렇게 혹독하게 돌아선 걸까. 일단 노무현 정부의 출범이 기성 정치의 문법과는 다른 세상의 변화를 갈망한 사람들에 의해 탄생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04년 총선은 여당의 152석과 민주노동당이 선거제 개편으로 인한 1인 2표제의 도입으로 10석의 의석을 차지하였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진보진영이 국회 의석 과반을 훌쩍 넘어 다수당이 되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호기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변화인 개혁 입법에 번번이 실패하였고 여기에 정부와 여당간의 분열과 당 내 의원들의 무능이 겹치면서 민심은 진보진영에 완전하게 등을 돌렸다.

시계를 돌려 2020년 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의 의석을 차지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보다 훨씬 더 많은 거대 여당이 되었지만 2년 뒤 치러진 장미대선에서 보수진영에 정권을 내주었다. 열린우리당처럼 거대 여당이 되었지만 번번이 개혁 입법에 실패했고 무능했다. 여기에 대선 패배 후 당내 분열과 갈등은 최고조에 달해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노 세력들이 국회에 입성하였고 2020년은 문재인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문 세력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데자뷰를 보는 듯 거대 여당은 민심의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 국민들을 향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국회 과반 의석이 필요하다며 읍소했고 이에 민심은 화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여당으로서 국가적 아젠다와 산적한 사회 현안에 대해 무능했고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만을 염두한 채 당내 분열과 계파 싸움으로 민심을 외면한 결과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친노와 친문의 공통점은 대통령의 권세를 등에 업어 정치권에 진출한 것이다.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과 정치적 소신이 같고 함께하는 것 자체는 탓할 일이 아니다. 정당 자체가 파당과 파벌로 무리를 지어 함께 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능력 없이 오로지 권세에 얹혀 숟가락만 올리려 혈안이 되어있는 정치인들 중 무능한 사람들이 문제다.

문제는 내년 22대 총선이다. 여당에서는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친윤이냐 비윤이냐, 제1야당은 친명이냐 비명이냐를 두고 당내가 시끄럽다. 어려움에 처한 이재명 대표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점에서 친명은 친노나 친문처럼 대통령 권세를 등에 업으려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친명이든 비명이든 선거를 앞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도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은 탓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왜 친명이고 무엇을 할 것인가와 자신이 왜 비명이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모두 가짜라고 본다.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지금 민주당이 학습해야하는 것은 열린우리당의 사례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인은 유능함을 갖춘 능력있는 새로운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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