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젠리더십학교 1학년 윤동규군 “사람들에게 용기와 울림 주는 글 쓰고 싶어요”
2023년 08월 17일(목) 19:15
2023 으뜸인재 <12>
책 더 읽으려 대안교육기관 전학 ‘독서왕’…감상문 책 출간
고교 검정고시 합격…내년 대입 준비 “독서는 계속해야죠”
“책 속에 펼쳐지는 다양한 인생과 시대,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얻은 지혜를 다른 사람들에게 흘려보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윤동규(17)군은 자신이 다니는 대안교육기관(뉴젠리더십학교)에서 자타공인 ‘독서왕’이다. 종이책보다 스마트폰, 인터넷, 게임 등을 찾는 게 익숙하고 공부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또래 고교생들과 달리, 매일 책을 읽고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 ‘별난(?)’ 학생이다.

책 읽는 게 좋아서 ‘집중 독서법’ 훈련을 받고 더 많은 책을 읽을 시간을 갖고 싶어서 중학교 3학년 때 대안교육기관으로 옮길 정도다. 읽고 쓰는 데 관심이 많다보니 여수시가 주관한 ‘29회 독서왕 선발대회’(2021년)에서 입상하거나 ㈔한국문인협회여수지부 주최로 열린 ‘제 71회 학생백일장’(2021년) 대회에도 참가해 상을 받기도 했다. 또 책을 읽은 뒤 기록한 감상문으로 엮은 ‘청소년이 읽고 청소년이 쓰다’라는 책까지 펴냈다.

“처음부터 책을 낼 생각은 없었어요. 또래 학생들보다 책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많은 저를 다르게 보셨는지, 대안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기록해보라고 권하셨어요. 그렇게 저장해놓았던 게 꽤 많더라고요. 그것들 중에 추려 책에 담았어요.”

전남도가 윤군을 미래리더(인문사회·문학) 분야 새천년 으뜸인재로 선정한 것도 이러한 분야에 대한 관심, 열정,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윤군은 여수 송현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 추천으로 다니게 된 학원에 빼곡히 꽂힌 책을 하나둘 꺼내읽기 시작하면서 독서에 재미를 붙였다.

“단순한 학교 공부 외에 읽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을 책을 통해 배운 것 같아요. 제가 살지 않았던 옛 시대를 이해하거나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지더라고요. 다른 것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컸어요.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했고 부모님도 응원해주셨어요.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하잖아요. 제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윤 군은 대안교육기관으로 옮긴 뒤 다양한 책을 읽으며 기록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고 한다. 옛 고전문학, 시, 소설, 철학책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편식’하지 않고 찾아 읽으며 문학적 관심을 키웠다. 대안학교에 비치된 도서 수백권을 모두 읽었고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10번 넘게 읽는 등 책 속 주인공이나 작가의 매력에 빠져 여러 차례 읽은 책도 적지 않다. 학교가 마련한 ‘작가와의 특강’을 챙겨듣고 읽은 책을 중심으로 또래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한다.

윤 군이 이렇게 책을 읽은 뒤 느낌을 써놓은 글이 100개가 넘는다.

“읽은 책을 모두 쓴 건 아닌데, 느낌을 쓰다보니 생각의 폭이 넒어져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까지 떠오르고 더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보니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라 더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글을 쓸 때 어떻게 표현할 지 고민도 깊어지고. 그런 기록을 일부 모아서 첫 책을 냈고 더 다듬고 정리해서 다른 책으로 엮어보고 싶습니다. ”

윤 군은 대안학교를 다니며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내년부터는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또래 고교 2학년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교 입시를 준비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책 읽기나 글쓰기를 소홀히 할 생각은 아니다.

“작가, 번역가, 문학평론가 등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아직 꿈은 명확하게 결정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문학이나 글쓰기 관련된 학과에 진학할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와 울림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앞으로도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싶습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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