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필요한 아이들에게 ‘집밥’ 먹이고 싶어요”
2023년 08월 13일(일) 20:11
방학 중 초등생에 반찬 만들어 배달 학부모 네트워크 ‘하모니’
120여 회원·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설립단과 봉사
국제위기 아동돕기 아나바다 장터 개최 등 활동 펼쳐

학부모 모임 ‘하모니’ 회원들은 매주 공유주방에 모여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배달할 반찬을 만든다.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 지난 10일 광주시 남구 진월동 광주공유센터 공유주방에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다. 호박·감자·양파·돼지고기 등 각종 재료를 넣고 볶아 만든 짜장 소스, 비엔나 소시지 볶음, 참치 김치 볶음, 단무지 무침. 도시락에 정갈하게 담긴 반찬이 먹음직스럽다.

이날 더운 날씨 속에서 반찬을 준비하느라 구슬땀을 흘린 이들은 학부모 네트워크 ‘하모니’ 회원들이다. 이들은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설립추진단과 함께 방학 중 보살핌이 필요한 초등학생들에게 반찬을 직접 만들어 배달하는 나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모니’ 회원들이 참여하는 ‘집반찬 지원사업’은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대상 초등학교인 광주대성초, 동산초 등과 연계해 방학 중 돌봄이 필요한 20명의 학생들에게 주 1회씩 집반찬을 배달한다. 메뉴는 각 학교의 교육복지사들이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 정했다.

지난 6월 국제위기 아동 돕기를 위해 아나바다 장터를 열어 작은 정성을 보탰던 회원들은 아이들에게 맛있고 따뜻한 ‘집밥’을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이번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어떤 회원은 연가를 내고 참여하기도 하는 등 의욕적이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마으으로 무엇인가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들이 잘하는 게 음식 만들어 먹이는 거니 맛있는 반찬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자 싶었죠. 저희가 학교까지 배달한 음식을 직접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교육복지사 선생님들에게서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뿌듯하기도 했어요. 겨울방학 때도 기회가 되면 봉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고실초 학부모인 김보영씨는 “작은 나눔이지만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실천할 수 있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엄마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한 자녀들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감자 등 재료를 운반하고 씻는 작업과 반찬을 도시락에 담는 등 일손을 도왔다.

이수빈(영산중 1)양은 “일반적인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음식을 요리하는 의미있는 일에 함께 할 수 있어 보람있다”고 말했다.

이번 반찬 만들기 내내 학부모들과 호흡을 맞춰 요리를 전담하고 있는 이는 자원봉사자 한해숙 셰프다. 광주공유센터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한 씨는 모임 전날부터 주방에 나와 음식을 준비하는 등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설립추진단 김진구 단장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은 학부모들의 도움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프로젝트가 확산돼 더 많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2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하모니’는 광주 학부모 자치 활동 조직으로 하교 지도 활동, 학교 주변 우범지대 정화 활동, 학부모 컨설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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