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없어서…광주 ‘과학기술 인재’ 다 떠난다
2023년 08월 08일(화) 18:00
부산산업과학혁신원 보고서…5년간 1만3929명 유출 ‘전국 4번째’
기업 채용 타지역 인력시장 의존 반복…4차산업 선도 위한 대책 시급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지역 과학기술 인재가 5년간 1만4000여명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과 자율형자동차 산업 등 4차산업 대표도시를 지향하는 광주가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 유치하지 못한 채 타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이 최근 발간한 ‘부산시 과학기술 인재 취업이동 특성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광주에서 전국으로 빠져나간 과학기술 부문 대학 졸업자는 1만3929명에 달했다. 반면 광주로 유입된 과학기술 인재는 3301명에 불과했다.

이번 보고서는 BISTEP가 한국교육개발원의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인재 유출 현황을 분석했는데, 2017년부터 대학 취업자 자료와 고용보험 자료가 연동됐다는 점에서 실제 대학 졸업자의 지역 이동 현황이 잘 드러난 최신 자료라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지역의 과학기술 인재 순이동 지수는 -1만628명을 기록했다. 부산(-2만1635명)과 경북(-1만2600명), 대구(-1만934명)에 이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4번째로 인재의 유출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의 과학기술 인재들은 전남(3789명)으로의 유출이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3715명), 경기(2294명) 등 상당수가 일자리가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충남(958명)과 대전(710명) 등 충청권으로의 이동도 많았다.

또 대학원 이상 과학기술 인재는 2095명이 광주를 벗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역시 서울(471명)과 경기(385명) 등 수도권으로 가장 많이 빠져나갔으며, 전남(381명)과 대전(279명), 충남(103명) 등 호남·충청권으로 많이 떠났다.

광주지역 과학기술 인재 육성 현황을 살펴보면 광주는 ▲2017년 7856명 ▲2018년 7714명 ▲2019년 8096명 ▲2020년 7956명 ▲2021년 8212명 등 5년 동안 3만9834명의 인재를 키워냈다. 매년 약 8000명 수준이지만, 상당수가 광주를 벗어나 타지로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인재는 광주시가 4차산업 대표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혁신의 핵심적인 주체이자 자산으로 꼽힌다. 애써 키워 놓은 우수한 인재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지역 기업들은 숙련된 인재를 뽑기 위해 타 지역 인력시장에 의존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광주지역 경제 구조 특성을 고려한 꼼꼼한 정책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앞서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전성범 과장과 남기찬·조성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광주전남 지역혁신체계의 기술·인력 자립기반 연구’ 보고서를 봐도 광주시는 인재들이 일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지역 연구기술·개발직렬 대학 전공자의 지역 내 취업률은 41.6%에 그치면서 전국 특·광역시의 평균인 43.8%를 밑돌았다.

전성범 한국은행 과장은 “광주에는 전남대와 조선대, 광주과학기술원 등 역량 있는 대학이 있지만, 배출되는 기술인력의 상당수가 외지에서 첫 직장을 잡는다”며 “이런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기업들이 연구인력을 채용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기업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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