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은 범죄다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7월 20일(목) 00:00
대표를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 고민은 고대부터 계속돼왔다. 투표로 선출한 이도, 폭력으로 권좌에 앉은 이도 탐탁하지 않았는지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무작위 추첨으로 대표를 뽑았다. 성인 남성만을 대상으로 했는데, 10개 부족에서 50명씩 50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1년 동안 모두를 위해 일했다. 다만 일부 고위 관리들은 선출하기도 했는데, 전쟁에 나서야 할 장군이 대표적이었다.

고대 중국에서는 선양(禪讓), 즉 특출한 공이나 덕이 있는 자에게 자리를 넘겼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요순시대’, 이상적인 군주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요는 순이라는 사람이 훌륭하다는 소문을 듣고 시험을 거친 후 왕위를 줬다. 순은 치수, 즉 물 관리를 맡아 13년 동안 한 번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현지 조사를 통해 강바닥의 토사를 제거, 홍수를 막아낸 우에게 맡겼다.

중세 프랑스는 사제·귀족·평민 등의 대표로 구성한 삼부회를 운영했다. 1302년 필리프 5세가 소수 특권층의 대표를 모아 노트르담 성당에서 개최한 것이 그 기원이다. 자문 기관 정도의 기능을 했는데, 거의 있으나마나 했다가 1789년 5월 루이 16세가 재정이 어렵자 세금을 늘리는 문제로 170년 만에 재개했다. 사제·귀족 대표로 구성된 1·2부는 아예 세금이 없었고, 3부인 평민에게만 재정 부담을 지우려 한 결과는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졌다.

연일 이어지는 극한의 비로 인한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천재지변에 가까운 엄청난 양의 폭우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 나오지만, 인명 피해의 과정을 살펴보면 인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고는 반복되지만, 경찰·관료 등 공직자들의 위기 대처 자세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천금 같은 기회가 있었지만, 아무것도 안 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공직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은 여전한 셈이다.

공직 기강을 세워 주권자인 국민에게 제대로 서비스하도록 해야 할 의원, 지자체장, 대통령 등 대표의 게으름·무지·무능은 범죄다. 세월호, 이태원 등 믿기 어려운 참사에도 자리 보전에 연연하는 대표들 때문에 사고는 반복되는 지도 모른다. 대표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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