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후기 - 오경철 지음
2023년 06월 23일(금) 14:00
“정성을 다해 만든 책에 대해서 편집자로서 작은 흔적을 남기고 싶다. 비록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지라도 언제가 되었든 그 책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나만의 표식 같은 것 말이다.”(작가의 말 중에서)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에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그중에서 기획단계에서부터 편집, 교정, 출간까지 전 과정을 맡는 편집자의 존재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결국 책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부제가 붙은 ‘편집후기’는 이름 없는 편집자의 고충과 일상을 담담히 써내려간, 말 그대로 비하인드 스토리다.

저자인 오경철은 문학동네, 돌베개, 민음사 등 유명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 베테랑이다. 이 책은 20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들을 펴내면서 느낀 고뇌와 사유를 담고 있다. “가끔 나는 내가 무척 이상한 일을 하면서 먹고 산다는 생각을 한다. 남이 쓴 글을 읽는일, 그것이 내 직업인 것이다.”(본문중에서). 그의 독백대로 책을 만드는 일은 직업일까? 사랑일까. 이같은 의문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편집자는 단순히 남의 문장을 읽고 고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책의 기획 단계부터 표지, 날개지, 뒷면, 보도자료 작성까지 관여해야 하는 탓에 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론 만족스러운 책을 만들어내지 못해 좌절하고, 출판계의 불합리한 관행에 실망해 회의를 느낀 적도 있다. 그럼에도 그가 이 일을 계속하는 건 누구보다도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책과 관련된 모든 것에 엄격해진 사람의, 어떤 정직한 사랑의 기운이 그의 글에는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서울대 교수)의 말대로, 책을 읽다 보면 편집자이자 애독가인 저자의 만만치 않은 내공이 읽힌다. <교유서가·1만6500원>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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