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일상의 즐거움과 아픔 그린 여섯 편의 이야기
2023년 06월 23일(금) 07:00
장류진 지음
장류진 작가의 소설은 쉽게 읽힌다. 그의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작품 속 주인공은 때론 비굴하고, 때론 좌절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한다. 마냥 어둡지만은 않게, 유쾌함과 즐거움도 함께하는 그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도 안긴다.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은 이들이라면 그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월급을 돈 대신 포인트로 받는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표제작을 비롯해 단편집에 실린 8편의 소설은 ‘현재’ 대한민국을 세밀하게 들여다 본 작품이었다.

가상화폐 열차에 뒤늦게 올라탄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첫 장편 소설 ‘달까지 가자’ 역시 ‘직장인 공감 백배 하이퍼리얼리즘 소설’로 불리며 많은 인기를 모았다.

새로운 소설집 ‘연수’에는 시대상을 담아낸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생생한 상황 설정과 빠른 속도감, 실감나는 날 것의 대화로 이어지는 글은 흥미롭다.

표제작 ‘연수’는 운전공포증이 있는 ‘주연’이 운전 연수를 받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후 회계사로 승승장구하는 주연이 유일하게 실패한 경험은 운전이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운전대 앞에 앉아야할 운명이 된 주연은 맘카페를 통해 ‘일타 강사’로 소문난 그녀를 만난다.

첫 만남부터 둘은 어긋나기 시작하고 연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사이 스며들듯 둘 사이에는 작은 유대가 생긴다. “계속 직진, 그렇지”, “잘가고 있어. 잘하고 있어” 연수강사의 마지막 한마디는 주인공 연수 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응원의 소리로 들려 뭉클해지고 만다.

‘공모’에는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지닌 회사에서 부장 자리까지 오른 ‘현수영’과 회사의 2차 장소로 애용되던 호프집 ‘천의 얼굴’을 운영하는 ‘천사장’이 등장한다. 천사장의 미모에 빠져 호프집을 늘상 회식장소로 정하던 김건일은 자신이 발탁한 현수영에게 천사장의 딸이라며 채용 청탁을 하고, 반발하던 현수영은 의외의 결정을 한다.

‘펀펀 페스티벌’은 2박 3일간의 대기업 합숙면접이 소재로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협동 장기자랑 ‘펀펀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책에는 또 동네 로드바이크 동호회를 운영하는 ‘나’와 회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라이딩 크루’, 작은 방송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선진’의 올림픽 취재기 ‘동계올림픽’, 창업한 회사가 성공해 억만장자가 된 ‘박미라’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서른 두 살에 국문과에 진학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라와 라라’도 실렸다.

<창비·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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