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불평등 - 임동욱 선임기자·이사
2023년 06월 19일(월) 22:00
지난 일요일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때 이른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서울과 광주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폭염주의보는 폭염으로 인해 최고 체감 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되거나 급격한 체감 온도 상승과 폭염 장기화 등으로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번 주에도 낮 기온은 30도를 오르내릴 전망이어서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은 폭염과 함께 긴 장마가 이어지면서 덥고 습한 날씨에 따른 짜증 지수가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El Nino) 등 기후 온난화 현상에 따른 폭염과 폭우, 태풍 등 극단적 기상 현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 기후는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민생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할 전망이다. 민심의 저변에서는 폭염 예고에 벌써부터 전기 요금을 걱정하는 목소리와 함께 긴 장마와 초강력 태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새삼스럽지만 재난은 불평등하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회적 약자가 자연 재난으로부터 더 가혹한 타격을 받고 회복 과정도 더디다. 지난해 집중 호우로 인한 침수로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세 명이 참변을 겪은 것이 대표적이다. 쪽방이나 옥탑방에 기거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폭염에 희생되는 사례는 이제 여름이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한다. 온난화로 인해 잦아진 재난적 기상 현상이 그렇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다 촘촘한 재난 대비책 요구되는 이유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나는 이웃과 침수 피해 등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들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재난의 핵심은 이제 뜻밖에 발생하는 ‘예외성’이 아닌 사회적 약자에 집중 피해가 가는 ‘불평등’에 있다. 재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피해 사실만이 아니라 방지와 회복에 필요한 사회적 관계와 제도다. 재난은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만나, 가난과 무관심을 파고들어 피해가 증폭된다. 재난 불평등 해소가 올여름을 무탈하게 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로 부상하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이사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