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적 낙관 - 김금희 지음
2023년 06월 16일(금) 18:00
“처음 식물 기르기에 의욕이 생겼던 건 오래전 직장생활을 할 때였다. 회사 화분들이 죽어가고 있어서 하나둘 발코니로 옮기고 물을 주다보니 어느덧 내 몫의 일이 되었다. 근무를 하다가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싶으면 나가서 화분들을 돌봤다. 어쩌면 화분에 물을 준다는 빌미로 딴 짓을 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내 마음을 한번 씻어내는 일은 회사생활의 중요한 루틴이었다.”

글을 쓰지 않을 때면 으레 발코니에 나가 식물을 돌본다는 소설가 김금희가 두 번째 산문집 ‘식물적 낙관’을 출간했다. 2020년 여름부터 2022년 겨울까지 한겨레 ESC에 ‘식물 하는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에세이에 미발표된 원고까지 더했다.

가드닝에 대한 안내서도, 일상의 다양한 주제를 담은 여느 형식의 산문집도 아니지만 식물 키우기를 좋아하는 ‘식집사’들이라면 크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글이다.

4개의 부로 구성된 산문집은 계절의 느슨한 순환을 닮은 듯 하다. 1부 ‘여름 정원에서 만나면’에는 발코니에 서식하는 식물들이 더위와 습한 대기를 통과하며 보여주는 혹독하고도 왕성한 성장기가 그려진다. 2부 ‘이별은 선선한 바람처럼’은 작가가 반려견과 반려식물들을 떠나보낸 후 무너졌던 마음을 다독여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담았다. 3부 ‘겨울은 녹록하게’에는 성장을 잠시 멈추고 나중을 기약하며 거센 추위를 견딜 힘을 비축하는 식물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했다. 4부 ‘그런 나무가 되었다’에는 긴 겨울의 끝에 당도한 봄날 다시금 몸을 꿈질거리기 시작하는 식물들의 밝은 기운을 담았다.

책에 수록된 그림은 경북 상주로 귀촌해 자연이 지닌 안전한 색감을 포착해 온 일러스트레이터 라킷키의 작품이다. <문학동네·1만65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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