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연구, 익숙하지 않은 어떤 종류의 만남…챗 GPT와 함께 쓴 소설
2023년 06월 09일(금) 14:00 가가
정지돈 지음
흥미로운 스토리를 짜 내는 게 소설가의 일이지만, 정지돈의 작품을 접할 때면 기발한 스토리와 구성, 어디에도 없는 캐릭터의 등장이 늘 놀랍다.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지는 건 당연하고, 다음 작품에 대한 즐거운 기대가 이어진다. 그의 글쓰기는 ‘스페이스(논)픽션’ 등 산문집에서도 빛을 발한다.
김현문학패, 문지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지돈 작가의 신작 소설집 ‘인생 연구’에 담긴 여덟편의 단편 소설 역시 기상천외한 스토리와 흥미로운 인물 속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더구나 이번 소설집에는 그가 챗 GPT와 함께 쓴 소설도 실렸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익숙하지 않은 어떤 종류의 만남을 요구”한다. “이해할 수 없고 비인간적이라고 생각되는 만남은 그러나 우리가 크고 변화하는 세계의 일부라는 사실을 자각하게”하는 장치다.
‘자가 수술을 위한 구부러진 공간에서’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700여 일간의 정전이 지구를 강타하며 멸망의 위협 앞에 선 인류에게 선지자로 떠오른 ‘배리 보바’는 자신의 뇌를 개조해 인류가 언어를 넘어 소통하는 수술을 창안하고 이를 생중계한다.
‘해저 생활’은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대구에 살고 있는 중학생 ‘나’는 학교에 적응을 못해 공중목욕탕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욕탕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그 앞에 야구 선수 양준혁이 등장하고 윗집 사는 조폭 ‘석이 아저씨’가 합세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끝없이 두갈래로 갈라지는 복도가 있는 회사’는 그와 챗봇이 함께 쓴 소설로 ‘블룸 앤 블룸’이라는 회사와 그 건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쓰기 전 단 한줄의 제목만 설정한 그는 일반적인 형식의 단편소설일 것, 챗 GPT와 내가 쓴 부분을 구분하지 말 것, 퇴고 과정에서 나의 판단과 챗 GPT의 판단에 동일한 무게를 둘 것 등 세 가지 원칙을 정하고 소설을 썼다. 소설집에는 창작 후기인 ‘인공신경망과 함께 한 일주일’도 실렸다.
책에는 또 영아 살인 청부업을 하는 최모 일당의 이야기를 담은 시나리오를 쓴 ‘진양’이 영화 제작이 삐걱거리자 진짜 범죄를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B! D! F! W!’, 아버지와 바람을 피운 동네 양품점 주인 베티 아줌마, 그녀와 절친이 된 어머니, 그리고 벽이 말을 건다는 둥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어우러진 ‘베티 블루’ 등을 만날 수 있다.
<창비·1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익숙하지 않은 어떤 종류의 만남을 요구”한다. “이해할 수 없고 비인간적이라고 생각되는 만남은 그러나 우리가 크고 변화하는 세계의 일부라는 사실을 자각하게”하는 장치다.
‘끝없이 두갈래로 갈라지는 복도가 있는 회사’는 그와 챗봇이 함께 쓴 소설로 ‘블룸 앤 블룸’이라는 회사와 그 건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쓰기 전 단 한줄의 제목만 설정한 그는 일반적인 형식의 단편소설일 것, 챗 GPT와 내가 쓴 부분을 구분하지 말 것, 퇴고 과정에서 나의 판단과 챗 GPT의 판단에 동일한 무게를 둘 것 등 세 가지 원칙을 정하고 소설을 썼다. 소설집에는 창작 후기인 ‘인공신경망과 함께 한 일주일’도 실렸다.
책에는 또 영아 살인 청부업을 하는 최모 일당의 이야기를 담은 시나리오를 쓴 ‘진양’이 영화 제작이 삐걱거리자 진짜 범죄를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B! D! F! W!’, 아버지와 바람을 피운 동네 양품점 주인 베티 아줌마, 그녀와 절친이 된 어머니, 그리고 벽이 말을 건다는 둥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어우러진 ‘베티 블루’ 등을 만날 수 있다.
<창비·1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