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 “5·18 당일날 광주에 있어 믿기지 않아”
2023년 05월 18일(목) 19:30
진보·보수 단체 100여명 구호·피켓 ‘맞불집회’
기념식장 이모저모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18일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전우원, 가해자 측 처음으로 기념식 참석=전두환 손자 전우원씨가 전씨 일가 중 최초로 5·18 기념식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전씨는 18일 오전 11시께 5·18 구묘역을 찾아 추모를 위해 마련된 상석에서 묵념한 뒤 5·18기념재단 관계자와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전씨는 추모 뒤 진행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저희 가족의 만행이 너무 크다 보니 여기 올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여기 오면 저희 가족이 했던 죄의 크기가 훤히 보인다. 제가 지금 5·18 비극이 벌어졌던 당일날 광주에 있어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5·18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오월 정신 헌법 수록이라는 가치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참배객들도 북적=민주묘지를 찾은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인도에서 온 안치아(여·27)씨는 지난해 9월에 한국을 찾았다. 전남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강좌를 배우고 있는 안치아씨는 올해 처음 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처음 광주에 왔을 때만 해도 광주의 아픈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언어교육원에서 배운 광주 5·18은 아로새기지 않을 수 없는 역사였다. 안치아씨는 5·18을 기억하고자 이날 민주묘지를 찾았고, 말로만 듣던 역사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어 이제서야 피부로 와 닿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줄리아(여·26)씨는 3년 전 나주를 시작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줄리아씨는 나주의 한 고등학교 원어민 교사로 재직했던 당시 함께 일했던 이들이 5·18 경험담을 들려줬고 이때 처음 5·18을 접했다고 설명했다. 그때부터 광주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매년 5월이면 민주묘지를 찾는다. “전남대 언어교육원 학사를 딴 뒤 광주에 정착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매년 민주묘지에 찾겠다”고 말했다.

힌츠페터상 초대 수상자인 벨라루스의 미하일 아르신스키(37)씨도 이날 묘지를 방문했다. 미하일씨는 “벨라루스도 폭정이 있어 80년 광주와 상황이 다르지 않다. 벨라루스와 세계 평화에 5·18은 많은 귀감이 된다”며 “민주화를 위해 뛰어든 5월 영령이 자랑스럽다”고 웃어보였다.

◇올해도 반복되는 맞불집회=올해도 국립 5·18민주묘지 정문은 시민단체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정문 앞 삼거리에는 진보와 보수 단체 100여명이 구호와 피켓으로 본인들의 주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광주전남촛불행동’ 20여명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광주 5·18순례단’은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의 양심고백과 불법비자금 폭로를 응원하며 5·18학살 공범들은 역사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외쳤다. 또 ‘윤석열퇴진을요구하는국민운동본부’는 정문 앞에서 4시간 가량 윤석열 퇴진을 소리치기도 했다.

보수단체 ‘턴라이트’ 회원 10명은 오전 7시부터 민주묘지를 찾아 라이브 생중계와 함께 “5·18 국가유공자 선정 경위와 공적내용을 밝혀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는 정문 건너편 출구에서 “5·18 민주유공자 공개하라”고 소리쳤고 이에 지나가던 진보성향 당원들이 욕설을 하자 잠시 대립하기도 했다.

◇삼엄한 경비에 참배객 불편 호소=기념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경호가 5공화국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하나같이 불만을 나타냈다. 대통령이 오는만큼 철저한 경호가 필요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민주의문 맞은편 도로는 물론 반대편 관리사무소 쪽으로의 통행도 전면 차단돼, 민주의문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다.

무안에서 온 장혜원(여·27)씨는 “예전부터 5·18 추모식에 참석해왔지만 올해 민주의문 앞쪽 전체를 통제한 모습을 보니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작년보다 좋지 않은 것을 고려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임시로 만든 천막에서 시민들의 입장권을 확인하다보니, 좁은 통로에 긴 줄이 생기며 안전사고가 발생할 뻔 하기도 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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