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초 박수진 교사 “따뜻한 빵처럼 주위를 따뜻하게 만들고 싶어요”
2023년 05월 01일(월) 21:20
빵 만들어 기부활동 펼치는 ‘빵 선생님’
장애인 시설 등에…학생들과 바자회 열어 ‘천원 식당’ 돕기도
가수 멜로망스 전국투어콘서트 도시 12곳 보육원에 나눔 실천
“베이킹은 한 번 오븐을 열고 닫으면,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븐에서 갓 나온 따뜻한 빵처럼 주위를 따뜻하게 만들고 싶어요.”

태봉초등학교 교사 박수진(38·사진)씨는 일명 ‘빵 선생님’으로 통한다. 갈고 닦은 베이킹 실력을 발휘해 학교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것도 이유이지만, 그보다도 매달 빵을 만들어 보육원과 장애인 활동시설, 식당 등에 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가 후원하는 곳은 3곳으로 매달 혹은 격월로 직접 만든 빵을 전달하고 있다.

“2018년 이사를 오면서 주택 2층에 넓은 베이킹 공간을 만들게 됐죠. 빵을 만들어 기부를 하고 싶었는데, 대량 제조가 가능해지면서 행동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마음껏 빵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박씨는 지난 2021년 말 베이킹 모임을 만들고 회원들과 만든 빵을 후원하기로 결심했다. 첫 기부처는 용진육아원. 초코머핀, 레몬케이크 등 아이들 입맛에 맞는 빵 선물로 인해 용진육아원 아이들이 기다리는 날 중 하나가 됐다.

집 인근의 동그라미 장애인주간 보호센터에는 틈날 때마다 만든 빵을 싸들고 찾아간다. 센터에서는 고맙다며 반찬거리를 건내기도 한다. ‘1000원 식당’으로 유명한 해뜨는 식당도 박씨가 후원하고 있는 곳이다.

“유튜브를 통해 해뜨는 식당을 알게 됐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식당을 유지하는 사장님을 보며 돕고 싶었습니다. 사장님이 흔쾌히 받아들여주셔서 매달 빵을 기부하고 설거지 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엔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 아이들과도 의미있는 일을 펼쳤다.

“작년 8월에 해뜨는식당 사장님이 다치셨어요. 가게 운영이 어렵다고 하시길래 저희 반 ‘숲과나무’ 아이들과 함께 바자회를 열었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포스터를 만들고 안쓰는 물건을 내놨고, 저는 간식을 팔아 모은 수익금을 식당에 기부했습니다. 또 아이들 중에 지원자를 받아 반찬 배식봉사도 했습니다. 얼마 전 해뜨는 식당이 TV프로그램에 소개됐는데 아이들이 자신들이 봉사한 곳이 TV에 나왔다며 너무나 좋아하더라고요.”

‘숲과나무’는 학급 아이들의 애칭이다.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모여 하나의 숲이 되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박씨의 한 달 지출액은 70%는 베이킹 관련이다.

그가 활발한 후원활동을 펼치는 건 엄마 때문이다.

“엄마가 어린시절을 보육원에서 보내셨습니다. 약간의 장애도 있으시구요. 엄마가 자란 보육원이 있는 순천에서 요리수업 봉사를 했는데 힘에 부쳤어요. 그래서 장기적으로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 취미이기도 한 베이킹을 활용하기로 했죠.”

박씨는 최근 또다른 나눔을 실천중이다. 가수 멜로망스의 팬이기도 한 박씨는 전국투어콘서트 장소 12개 도시 보육원을 선정해 빵을 기부하고 있는 중이다.

“기부한 활동을 인터넷 베이커리 카페와 블로그에 게시하고 있어요.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죠. 물론 덕분에 나눔에 관심있는 분들이 포장지와 재료를 무료로 보내주기도 합니다.”

박씨는 “퇴직 후에는 베이킹 클래스를 만들어 베이킹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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