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삽니다’ - 송기동 예향부장
2023년 04월 18일(화) 00:30 가가
#담양군 대덕면에 사는 송영희(76) 어르신은 50년 넘게 정원을 가꾸고 있다. 이른 봄 꽃망울을 터뜨리는 400여 년 된 고매(古梅)와 수선화를 시작으로 늦가을까지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진다.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대신 그저 ‘나만의 정원’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입소문을 듣고 할머니의 정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밤중에 풍기는 은은한 매화 향기와 우물 속에 뚝뚝 떨어진 자산홍 꽃잎에 대해 얘기할 때는 서정시인과 다름없다. 할머니는 “일 년 살 놈(에너지)을 봄에 얻는다”면서 “꽃을 가꾸면 행복하다”고 말한다.
#전남도 제1호 민간정원으로 등재된 ‘힐링파크 쑥섬쑥섬’은 김상현·고채훈 부부가 가꾼 해상 정원이다. 부부는 2000년 새해에 ‘평생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서로 종이에 썼다. 이를 통해 부부는 ‘사회에 기여하는 삶’과 ‘사회복지 사업’이라는 같은 꿈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됐고, 쑥섬(애도)에 정원을 가꾸면서 부부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항에서 2㎞ 떨어진 쑥섬에 조성돼 있어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 능선 꽃정원에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 온 몸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개인이 정성껏 가꾼 정원은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과거의 정원이 ‘은일’(隱逸·세상을 피하여 숨음)에 방점을 찍었다면 현대의 정원은 ‘치유’에 중점을 두는 듯싶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을 지나오며 대중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초록의 힐링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다.
광주와 전남·전북 지역에 25곳의 민간정원이 조성돼 탐방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또한 순천만 습지 등 세 개 권역에서 ‘2023 순천만 국제 정원박람회’(~10월31일)가 열리고 있다. 10년 만에 열린 정원박람회 주제는 ‘정원에 삽니다’이다. 마스크를 벗고 처음 맞는 새봄, 정원지기의 이야기와 땀방울이 배어있는 초록 정원에서 봄 햇살을 만끽하면 어떨까.
“사람들은 작은 화단, 한 뙈기의 헐벗은 땅을 갖가지 색채의 물결로 넘쳐흐르게 바꾸어 놓는다. 우리들의 눈은 위안을 받는다. 그곳이 바로 천국의 작은 정원이다.”(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
“사람들은 작은 화단, 한 뙈기의 헐벗은 땅을 갖가지 색채의 물결로 넘쳐흐르게 바꾸어 놓는다. 우리들의 눈은 위안을 받는다. 그곳이 바로 천국의 작은 정원이다.”(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