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을 보내면서- 강대석 시인
2023년 03월 28일(화) 22:00 가가
어느덧 삼월의 끝자락에 서 있다. 삼일절로 시작되는 삼월은 꽃샘 바람과 함께 태극기의 물결 속에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던 선열들의 모습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역사와 민족을 생각하게 된다.
더구나 올해는 삼일절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말과 함께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하는 기념사를 들으면서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일본과의 선린 외교와 국익이 중요해도 삼일절에 할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여론은 좋지 않았다. 보수 언론인 동아일보마저도 기념사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TV 방송에서 여권의 패널들도 너무 성급함을 인정했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없는 현실에서 윤 대통령의 기념사 내용은 국민의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 후 열린 한일정상 회담은 너무 나갔다. 한마디로 그동안 일본이 원하는 것은 모두 우리가 선제 해결해 주는 선심 외교이자 굴욕 외교로 국민의 자존심과 과거사는 전혀 고려가 없어 보였다. 물컵의 반은 일본이 채워주기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일본은 보란 듯 후쿠시마 오염수로 반을 채울 기세다.
요즘 천공이란 자의 발언이 유튜브 동영상으로 카톡에 떠돈다. 그 동영상을 보면 “일본은 적이 아니다. 일본한테 당한 사람들은 우리의 부모님이나 윗대들이지 우리 세대가 아니다. 우리 세대는 일본의 칼에 찔린 적이 없다. 어른들 말만 듣고 일본을 적대시하는 것은 아둔한 것이다. 일본을 고맙게 생각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긴 머리를 쓸어내렸다. 너무 황당하고 천박한 인식에 언급조차 부끄럽지만, 천공의 말대로 일본을 고맙게 생각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외교 문제를 우리가 선제 해결해 주고 있지 않은지 궁금하다.
조선 말기 진령군이란 무당이 있었다. 민비가 임오군란으로 성난 군인들에게 쫓겨 충주 장호원까지 도망가 있을 때 미래가 궁금하여 여러 무속인을 만났다. 하루는 한 여인이 찾아와 민비의 환궁을 확신하며 환궁할 날짜까지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 예언은 신통하게 맞아떨어졌다. 민비는 그 무당을 궁으로 데리고 와 진짜 영험하다는 뜻으로 ‘진령군’(眞靈君)이란 작호를 내렸다. 군(君)이란 왕의 종친이나 큰 공을 세운 대신에게 내리는 벼슬이다. 이후 진령군은 민비를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하며 권력을 휘둘렀다. 자신이 관우의 딸임을 자처하며 북관묘를 세우고 왕실을 위해 굿, 산천기도, 제사를 지내며 고종과 민비의 국정 자문을 대신했다. 고관대작이 바친 뇌물이 북관묘에 쌓였다. 이에 매천 황현은 “화와 복이 그의 말 한마디에 달렸으니, 수령 방백들이 자주 그의 손에서 나왔다”라고 ‘매천야록’에 기록했다.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이다. 위세 높던 진령군도 청일전쟁 이후 친일 내각이 들어서자 12년 만에 체포되어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용산 이전, 한일 정상회담 퍼주기 등 사실 여부를 떠나 천공의 그림자가 국정에 아른거림은 여권으로서도 큰 부담일 것이다.
국정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그 그림자를 지워야 한다. 삼월을 보내면서 시끄러운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깊이 새길 때이다.
더구나 올해는 삼일절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말과 함께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하는 기념사를 들으면서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일본과의 선린 외교와 국익이 중요해도 삼일절에 할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여론은 좋지 않았다. 보수 언론인 동아일보마저도 기념사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TV 방송에서 여권의 패널들도 너무 성급함을 인정했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없는 현실에서 윤 대통령의 기념사 내용은 국민의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이다. 위세 높던 진령군도 청일전쟁 이후 친일 내각이 들어서자 12년 만에 체포되어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용산 이전, 한일 정상회담 퍼주기 등 사실 여부를 떠나 천공의 그림자가 국정에 아른거림은 여권으로서도 큰 부담일 것이다.
국정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그 그림자를 지워야 한다. 삼월을 보내면서 시끄러운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깊이 새길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