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 김미은 문화부장
2023년 03월 23일(목) 00:15
“언젠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어.”

겨우 ‘동네 산책자’인 나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버킷 리스트’로 꼽는 이들을 많이 만난다. 인생의 큰 변화와 깨달음을 얻고 싶은 이들도 있지만, 그냥 무심한 마음으로 타박타박 걷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1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전 세계인들 중 한국인 숫자가 7위를 차지한다고 하니 인기가 많기는 많은 모양이다.

겨울을 지나며 걷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집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무등산 무돌길, 빛고을 산들길, 지리산 둘레길, 장성 수변길, 곡성 섬진강 둘레길 등 ‘걷기 좋은 길’을 꾸준히 이어 걷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제주 ‘올레길’이다. 2007년 개장한 올레길은 27개 코스로 437㎞에 이른다.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올레길 이사장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세계적인 도보 여행가이자 ‘나는 걷는다’의 저자인 베르나르 올리비에도 이 길 위에 섰다. ‘순례자’ ‘연금술사’ 등을 쓴 파울로 코엘료도 산티아고길을 걷고 난 후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로 불리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 북쪽의 작은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을 이른다. 전체 순례자의 90% 정도가 걷는 ‘프랑스길’은 30여 일 동안 약 800㎞를 걷는 여정이다. 산티아고 길 완주자는 연간 30만 명, 15년 된 제주 올레길 완주자는 6000명 수준이라고 한다.

아나운서이자 여행작가로도 유명한 손미나 역시 이 길을 걸었다. 코로나 끝 무렵인 지난해 봄, 800㎞를 직접 걸은 그는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과정,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 전 세계인들이 전하는 위로를 영상으로 담아 냈다. 그 결과물은 여행 다큐멘터리 ‘엘 카미노’로 완성됐고 29일 CGV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직접 그 길을 걸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일상에 쫓기는 많은 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영상으로나마 ‘길 위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자연 풍광 속에서 위로를 받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겠다.

/김미은 문화부장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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