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갑 조선대병원 직업병안심센터장, “중대재해법 적용 안되는 근로자 건강권 위해 노력”
2023년 03월 09일(목) 20:35
직업성 질환 의심돼도 회사에 알리기 꺼려해 건강 해쳐
집단발병 위험 보고 체계 갖추고 순회 검진 법제화해야
“지난 한해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644명이 숨졌는데, 이중 50인 미만 사업장과 50억원 이하 소규모 건설현장 희생자가 614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아직 이들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제도가 크게 부족합니다.”

최근 ‘조선대병원 직업병안심센터’는 광주·전라·제주권역 5개 ‘근로자건강센터’와 간담회를 갖고, 아직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나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지역내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철갑 조선대병원 직업병안심센터장(작업환경의학과 교수)은 “소규모 사업장의 특성상 노동자가 직업성 질환이 의심되더라도 향후 고용 문제를 고려해 쉽게 회사에 알리거나 의료기관에서 직업과 관련한 진술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결국에는 노동자가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같은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해 근로자건강센터가 주기적으로 사업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직업과 관련한 증상이나 질환, 감염병 징후 등이 있을 때에는 노동자 개개인을 대신해 관련 기관에 최대한 신속히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직업병 발생 현황을 모니터링 하기 위해 2022년 전국 6개 지방노동청에 ‘직업병안심센터’를 설치하고, 운영을 대학병원에 위탁했다. 광주와 전라남북도·제주도지역의 경우는 조선대병원 직업병안심센터가 노동자 모니터링 운영을 맡는다. 더불어 50인 미만 사업장은 사업주가 자체적으로 전담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를 두고 노동자 건강관리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2011년부터 고용노동부는 전국 23개 공단지역에 근로자건강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광주고용노동청 관할지역에는 광주, 전남서부(영암·목포지역). 전남동부(여수·순천·광양), 전주 및 제주 등 5개 센터가 운영 중에 있다.

이에 광주고용노동청이 운영하는 조선대 직업병안심센터와 5개 근로자건강센터는 수시로 모여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보건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철갑 센터장은 “2022년 6개월 간 운영한 결과에 의하면 감염성질환 30건, 화확물질 노출 22건, 피부 등 암발생 6건, 적응장애 등 107건이 보고됐는데,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는 대다수 노동자들이 아직도 사업주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해당 지역의 근로자건강센터가 사업장을 순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직업성질환이나 집단발병 사고 위험이 있을 경우는 즉각 보고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철갑 센터장은 또 “직업병안심센터와 5개 근로자건강센터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는 물론 환경미화원, 돌봄종사자, 택배기사, 보육교사, 보건의료 종사자, 콜센터 등 사회적으로 필수업무를 담당하는 취약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채희종 기자 c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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