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빠진 강제 징용 해법…일본 책임 다해야
2023년 03월 07일(화) 00:00 가가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기업이 대신해 보상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의 해법을 공식 발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어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 발표’ 회견을 열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지원재단이 2018년 세 건의 대법원 확정판결 원고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 이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재원은 포스코를 비롯한 16개 국내 청구권 자금 수혜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일본제철과 히로시마·나고야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일한 15명이다. 또 대법원에 계류돼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강제징용 소송 아홉 건을 비롯해 다수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박 장관은 해법 마련 취지와 관련해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되어 온 양국 간의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배상안에 대해 피해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광주의 양금덕 할머니는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고 사죄할 사람도 따로 있는데 (3자 변제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며 단호하게 밝혔다. 일본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책임이 끝났다고 버티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 피고 기업의 사과나 배상 참여가 빠진 이러한 해법은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사자들이 해결책을 거부하면 피고 기업 몰수 자산 처분 강행, 제3자 변제의 유효성 논란 등 법적 공방도 불가피하다. 일본과 관계 개선은 필요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가해 기업들의 피해 배상과 사과를 끈기 있게 설득하고, 일본 정부도 전향적 자세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