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감수성의 변화-아시아 미 탐험대 지음
2023년 02월 17일(금) 16:00 가가
튀르키예 지진 사망자가 4만1000명(14일 현지시간)을 넘었다. 이번 지진은 지난 1939년 지진 피해(3만2968명 사망)를 훨씬 능가하는 튀르키예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됐다.
지난 3년간 대두된 신조어 가운데 익숙해진 용어가 있다. 바로 ‘위드 코로나’였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긴 시간을 힘겹게 적응해야 했다. 과거로 회귀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위기의 국면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재난에 대한 명징한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재난과 감수성을 토대로 한 책이 발간됐다. 아시아 미 탐험대가 펴낸 ‘재난과 감수성의 변화’는 재난을 모티브로 한 예술가의 시선을 담았다.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 강태웅 광운대 교수 등 모두 9명의 책임 연구원은 재난이나 위기와 미의 관계를 묻는 8편의 글을 실었다. 각각이 대상으로 삼는 재난이나 위기의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재난은 이에 직면한 사람들의 감수성에 변화를 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먼저 ‘아시아적 폐허는 존재하는가’는 화가 모토다 히사하루를 다룬 글이다. 모토다는 폐허를 소재로 삼는데 그의 그림 ‘Indication: Shibuya Center Town’은 도쿄의 번화가 시부야 역 앞의 5거리다. 그림은 어딘가 모르게 을씨년스럽다는 게 특징이다. 그림 속 시부야는 사람의 흔적이 없고 아무런 동적인 느낌이 나지 않는다.
이 그림은 서구의 폐허와 다른 동아시아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서구에서는 폐허를 모티브로 전통과 미적 기적을 떠올리고 지속성을 강조하는 데 반해 동아시아에서는 인생과 권력의 무상 나아가 슬픔의 정조와 비극적 이미지 등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모토다의 그림은 서구 경향에서 비롯된 폐허를 시점으로 동양적 폐허를 그리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고통의 아포리아, 세상은 당신의 어둠을 회피한다: 재난(고통)은 어떻게 인간을 미적 주체로 재구성하는가’는 텍스트들을 비교 분석한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고통받는 인간의 상황을 들려준다.
“피 묻은 군복으로 행군하다 잠시 머문 폐허 속에서도 먼지 묻은 노란 모자를 끌어안고 잠이 들며(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극한 조건의 강제수용소에서 벽돌을 쌓으면서도 자신이 정갈하게 만든 돌담을 보며 만족하는 게 사람이다(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풍랑이는 밤바다의 구명보트에서도 검은 하늘을 찢는 수만 볼트의 번개 불빛에 사로잡혀 탄성을 지르는 존재이며, 폭파 직전 망가진 우주선에조차 푸른 별 지구를 보며 아름다움을 감각한다(애드 아스트라, 그래비티)”
이처럼 책은 고통에 공감하는 예술가의 시선, 재난으로 고통을 겪는 주체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역설한다. “현재 지구인 모두가 절박하게 겪고 있는 팬데믹 재난 또한 새로운 감수성을 발양해 ‘더 아름다운 사람과 세상’을 추구하는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는 말이 주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서해문집·2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지난 3년간 대두된 신조어 가운데 익숙해진 용어가 있다. 바로 ‘위드 코로나’였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긴 시간을 힘겹게 적응해야 했다. 과거로 회귀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위기의 국면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재난에 대한 명징한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고통의 아포리아, 세상은 당신의 어둠을 회피한다: 재난(고통)은 어떻게 인간을 미적 주체로 재구성하는가’는 텍스트들을 비교 분석한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고통받는 인간의 상황을 들려준다.
“피 묻은 군복으로 행군하다 잠시 머문 폐허 속에서도 먼지 묻은 노란 모자를 끌어안고 잠이 들며(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극한 조건의 강제수용소에서 벽돌을 쌓으면서도 자신이 정갈하게 만든 돌담을 보며 만족하는 게 사람이다(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풍랑이는 밤바다의 구명보트에서도 검은 하늘을 찢는 수만 볼트의 번개 불빛에 사로잡혀 탄성을 지르는 존재이며, 폭파 직전 망가진 우주선에조차 푸른 별 지구를 보며 아름다움을 감각한다(애드 아스트라, 그래비티)”
이처럼 책은 고통에 공감하는 예술가의 시선, 재난으로 고통을 겪는 주체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역설한다. “현재 지구인 모두가 절박하게 겪고 있는 팬데믹 재난 또한 새로운 감수성을 발양해 ‘더 아름다운 사람과 세상’을 추구하는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는 말이 주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서해문집·2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