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행성에 있다 - 한경숙 지음
2023년 02월 17일(금) 14:00
“관계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아픈 세상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 나를 알지 못한 까닭입니다. 꺼내면 꺼낼수록 펼치면 펼칠수록 나는 여전히 시가 아프고 나를 알지 못하게 합니다. 처음 떠나는 모험처럼 ‘괜찮다.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에 위로가 됩니다.”

자신을 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한경숙 시인이 첫 시집 ‘나는 다른 행성에 있다’를 펴냈다.

2019년 ‘딩아돌하’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온 시인은 오랫동안 시에 대할 갈망을 품고 살았다.

문순태 소설가는 “한경숙 시에는 신산한 삶의 이야기가 내면에 앙금처럼 녹아 있어 잔잔한 울림을 준다. 어쩌면 삶이란 슬픈 이야기인지도 모른다”며 “한경숙의 시 역시 슬픈 여정 속에서 감당할 수밖에 없는 고된 삶의 편린들이 오랜 시간 쌓이고 응축되어 숙성된 시어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한다.

‘그림자’라는 작품은 시인의 자화상 내지는 삶의 단면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삶 속에 계속해서 던져진 것/ 눈에 띄는 것이 싫어서/ 숨어 있거나 일상에 바짝 붙어// 빛이 통과하지 못한/ 어떤 밤이 되고서야 겨우 꺼내어 본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오늘도 그냥, 함께 걸었다…”

오늘을 사는 많은 이들의 모습은 ‘그림자’로 상정할 수 있겠다. “삶 속에 계속해서 던져”지는 그런 존재이면서 “빛이 통과하지 못한 어떤 밤이 되고서야 겨우” 볼 수 있는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 ‘그림자’가 되지 않고는 온전한 하루를 살아낼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을 시인은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시선으로 응시한다.

<걷는사람·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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