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선거 -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2월 15일(수) 00:15
국민의힘의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3·8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전당대회가 본격화되면서 ‘체육관 경선’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최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수도권 통합 출정식’을 연 것과 관련, 상대 후보인 안철수 의원 측이 “‘추억의 체육관 선거’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체육관 선거’는 체육관에서 간선제로 진행된 선거를 말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의 뜻과 괴리된 선거 방식을 비꼬는 용어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2년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유신 헌법을 제정했고, 이 유신 헌법을 통해 제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간접 선거로, 선거가 치러진 곳이 장충체육관이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치러진 ‘체육관 선거’로 꼽힌다. ‘체육관 선거’는 박정희·최규하·전두환 시절까지 유지되어오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인해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이 개정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민주화를 통해 사라졌던 ‘체육관 선거’가 40년이 지난 지금, 여당의 전당대회에서 다시 언급되는 것은 그만큼 과거 전당대회에 비해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 배경에는 전당대회 시작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인사만이 당 대표를 할 수 있다는 정황들이 여러 부분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선 당대표 선출 규정이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혼합 방식에서 당원 투표 100%로 바뀐 점이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비윤’계 유승민 전 의원을 의식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당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1위였던 나경원 전 의원도 대통령실에서 ‘저출산 대책’을 문제 삼아 사실상 당 대표 출마를 주저앉혔다. 이어 안철수 의원도 ‘윤핵관’과 ‘윤안(尹安) 연대’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윤 대통령으로부터 ‘손절’을 당했다.

따라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국민이나 당원의 여론보다는 ‘윤심’이 점찍어 놓은 후보를 뽑는 선거로, 과거 ‘체육관 선거’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당명이 국민의힘인데, 전당대회에서 국민은 뒷전이라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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