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에 새겨진 삶-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3년 02월 13일(월) 00:30
우리나라는 대부분 산성 토양이어서 뼈들이 쉽게 스러져 고분에서 인골이 출토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 원삼국, 삼국시대 고분에서 발굴된 인골은 그만큼 소중하다. 뼈는 옛 사람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DNA 분석 등 첨단 과학 덕분에 매장 당시 나이와 질병, 음식 섭취 등 식생활은 물론 얼굴 복원도 가능하다. 최근 경남 조영동 고분군 출토 인골과 동물뼈 분석에서 피장자의 신분에 따라 먹을거리가 달랐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2000년 전 높은 신분의 주 피장자는 꿩과 기러기 같은 야생조류와 상어, 방어, 복어 등 해양성 어류를 주로 섭취했다. 반면 낮은 신분의 순장자는 야생조류와 쌀, 보리, 콩류와 육상 초식 동물을 먹었다.

나주에서도 영동리 고분과 정촌 고분에서 인골이 발굴돼 분석이 이뤄졌다. 5~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동리 고분에서는 지난 2006년 인골 아홉 구와 인골편 한 구가 발굴됐다. 이를 토대로 영산강 유역에서는 처음으로 마한 여성의 얼굴이 복원되기도 했다. 같은 고분에서 발굴된 남성과 여성, 어린 아이의 고인골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혈연관계로 밝혀졌다. 뼈 분석 결과 이들은 벼, 보리, 콩 등을 주로 섭취했다. 육상 동물에게서 단백질도 섭취했다.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정촌고분 인골 분석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금동신발이 발굴된 정촌고분 피장자의 신분이 상대적으로 높았음에도 단백질 섭취량이 영동리 고분 피장자보다 낮았고 영양 상태도 못 미쳤다. 연구자들은 정촌고분 피장자가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 6세기에 백제에서 불교의 영향으로 살생금지령이 선포되고 육식을 금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4~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옥야리 고분군(전라남도 문화재 자료 제140호) 17호분에서 치아를 비롯한 인골편이 출토됐다. 기존 19호분 출토 인골과 비교하면 혈연 관계, 생활상 등 다양한 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옥야리 고분군에서 17∼19호 고분은 서로 잇닿아 있어 인골이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옥야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인골이 어떤 역사를 말해 줄지 자못 궁금하다.

/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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