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와 조어 -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2023년 02월 10일(금) 01:00 가가
‘경쟁이라 쓰고 전쟁이라 읽는다.’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들의 치열한 업무 경쟁을 다룬 TV 드라마 ‘대행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광고 카피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신문에서 편집기자들이 쓰는 제목도 광고 카피와 비슷한 점이 많다. 카피가 소비자를 향한 직설화법에 언어유희를 즐겨한다면, 제목은 은유와 상징을 담은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독자를 감동시킨다. 신문은 비판과 대안 제시를 소명으로 하기 때문이다.
편집기자들은 카피라이터 못지않게 많은 조어(造語)를 만들어낸다. ‘여소야대’(與小野大) ‘풀뿌리 민주주의’ ‘꽃샘추위’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조어를 넘어 하나의 보통명사가 된 말들이다.
신문에서 조어는 사자성어 등을 기사 내용에 맞게 한자의 음이나 뜻을 바꿔 만드는 것이 유행했는데, 요즘은 젊은 세대 감각에 맞춰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 한은의 금리 인상에 무너진 서민의 삶을 표현한 ‘한은 빅스텝 서민 백스텝’, 트럼프의 임기 말 특별사면을 비꼰 ‘셀프 사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손흥민의 ‘손세이셔널’, 타이거 우즈식 그랜드 슬램 ‘타이거 슬램’ 등은 기사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로서 역할뿐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로도 작용한다.
단순하면서도 의미가 명확한 ‘NO’라는 단어를 차용한 조어도 많다. 노출의 계절엔 ‘NO출 금지’, 전두환 노태우가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버틸 땐 ‘전노 “錢 NO”’, 마음은 청춘인 노인들에 ‘老? NO!’ 등이다. 지난해 영국의 한 신문은 EPL 토트넘이 해리 케인의 부상에도 손흥민이 활약해 승승장구하자, 해리가 없어도 걱정 없다며 ‘NO HARRY NO WORRY’(노 해리 노 워리)라는 제목을 쓰기도 했다.
국회가 159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 간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지난달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장관·경찰청장 등 고위층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소방 관계자 등 실무자만 처벌했다. 한 편집기자는 이 기사에 카피 같은 제목을 썼다. ‘용두는 봐주고, 사미는 자르고’.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jkyou@
편집기자들은 카피라이터 못지않게 많은 조어(造語)를 만들어낸다. ‘여소야대’(與小野大) ‘풀뿌리 민주주의’ ‘꽃샘추위’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조어를 넘어 하나의 보통명사가 된 말들이다.
신문에서 조어는 사자성어 등을 기사 내용에 맞게 한자의 음이나 뜻을 바꿔 만드는 것이 유행했는데, 요즘은 젊은 세대 감각에 맞춰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 한은의 금리 인상에 무너진 서민의 삶을 표현한 ‘한은 빅스텝 서민 백스텝’, 트럼프의 임기 말 특별사면을 비꼰 ‘셀프 사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손흥민의 ‘손세이셔널’, 타이거 우즈식 그랜드 슬램 ‘타이거 슬램’ 등은 기사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로서 역할뿐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로도 작용한다.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jk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