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바의 법칙 -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3년 02월 08일(수) 02:00 가가
일본 아사히맥주 회장을 지낸 히구치 히로타로는 “물은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지만, 사람은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고 했다.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마리사 킹은 미국 예일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전략적 네트워크 관리하기’라는 과목으로 최고 인기를 누렸다. 인생을 바꾸는 인간관계의 힘을 역설했는데 킹 교수는 관계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소수와 좁고 깊은 관계를 편안해 하는 ‘소집자형’,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선호하는 ‘중개자형’, 다수와 넓은 친분 쌓기를 즐기는 ‘마당발형’인데 딱히 어떤 유형이 좋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마당발형 인간이 진정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인맥의 최대치는 얼마일까. 1992년 문화인류학자인 옥스포드대 로빈 던바 교수가 답을 내놓았다. 그는 원숭이와 침팬지를 대상으로 사교성 연구를 한 결과 대뇌 영역인 신피질이 클수록 친구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인간에게 적용해 보니 신피질이 큰 인간의 최대 인맥은 150명이었다. 호주, 뉴기니, 그린란드에 거주하는 원시부족 마을의 주민 수도 평균 150명이었다. 효과적인 전투를 위한 최적 인원 또한 150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조직에서 집단을 관리할 때 150명이 최적이라고 결론지었다.
아무리 마당발이라도 인간관계 유지에 한계가 있어 인맥의 최대치는 150명이라는 이른바 ‘던바의 법칙’이다. 던바의 법칙은 SN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년에 한 번 이상 연락하거나 안부를 묻는 관계를 친구로 정하고 페이스북 친구가 수천 명인 사람을 조사해 보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150명 안팎이었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친구는 20명도 안 됐다.
얼마 전 스마트폰 수리를 위해 서비스센터를 찾았더니 직원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람이 2500여 명인 것을 보고 놀라워 했다. 30년 취재 경력이 휴대전화에 켜켜이 쌓인 결과였다. 코로나19 3년을 거치면서 느낀 점인데 갈수록 친하고 아는 사람만 만나는 현상이 강해지는 것 같다. 이참에 ‘소집자형’ 인간관계를 추구해야 하나 생각해 보았다.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
마리사 킹은 미국 예일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전략적 네트워크 관리하기’라는 과목으로 최고 인기를 누렸다. 인생을 바꾸는 인간관계의 힘을 역설했는데 킹 교수는 관계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소수와 좁고 깊은 관계를 편안해 하는 ‘소집자형’,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선호하는 ‘중개자형’, 다수와 넓은 친분 쌓기를 즐기는 ‘마당발형’인데 딱히 어떤 유형이 좋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