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에게도 선물을 주는 산타- 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2022년 12월 23일(금) 00:45
예전에는 12월이 되면 성탄절 분위기가 나고 거리나 상점에서 성탄 캐롤이 크게 울려 퍼졌었는데, 요즘은 그런 들뜬 모습들은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 같다. 그럼에도 교회에서는 여전히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며 분주한 모습들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그간 하지 못했던 행사들을 다시 시작해 보려고 부서마다 연습하는 몸짓이나 얼굴들이 참으로 즐거워 보인다. 주요 거리에는 아름답게 성탄 트리가 장식되어 밤을 밝히고 백화점과 마트에서도 기획 상품들을 진열해 놓고 마치 대목 장사라도 하려는 듯이 신경을 쓰고 있는 듯 하다.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크리스마스 만큼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는 좋은 풍습이 여전히 이어졌으면 좋겠다. 일부러 성탄절의 의미를 축소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해 보려는 의도가 있다면 중단해 주기를 바란다. 성탄절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아기 예수님 이시다. 종교와 신앙의 가장 좋은 부분은 순수함을 추억하게 하거나 되찾게 하는데 있다. 더 나아가서는 잃어버린 그 순수성을 되돌릴 수 있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의 성탄절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가유삼성(家有三聲)이라는 말이 있다. 가정에 있어야 할 세가지 소리를 말한다. 옛날에는 좋은 집안의 조건으로 아이의 울음소리 해성과 베 짜는 소리 기성, 책 읽는 소리 독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가정에서 여인이 베 짜는 일을 하는 것은 매우 큰 역할이고 가정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이것을 현대 시대에 적용해 보면 맞벌이 부부라 하겠다. 남편이나 아내가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그러니 베 짜는 소리는 여전히 현대에도 들리는 것이라 해석해 본다.

책 읽는 소리는 말 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교육열은 두말하면 잔소리 아닌가. 그런데 저출산으로 아기 울음소리 만큼은 사라진 지 오래라 하겠다. 아기 예수님의 나심이 온 인류에 기쁨이 되었듯이 우리나라 가정에도 미래에 미칠 기쁨의 소식인 아기의 울음소리가 방방곡곡에서 울렸으면 한다.

캐럴 중에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애들엔 선물을 안 주신대요’라는 가사의 노래가 있다. 나는 이 노래의 가사를 항상 바꿔 부른다. ‘울면 돼’라고 말이다. 지금 시대에 우는 아이, 울지 않는 아이 가릴 처지가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우는 아이가 뭐 그리 잘못 되었다고… 제발 우는 아이들이라도 많아서 성탄절에 아이들 선물 비용이 제일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선물은 산타가 아니라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 물었던 부모가 주는 것 아닌가 말이다.

울어도 선물을 받는 아이들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어른들에게도 구별이나 차별이 없었으면 한다. 누가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 구별하고, 짜증내거나 장난하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그가 구분해서 선물을 준다는 것인데, 어른들은 그런 구별을 너무 심하게 하고 편을 가르는 것 아닌가 싶다. 평소에 친하지 않아도 성탄절 만큼은 인사도 하고 카드도 보내고 선물도 좀 하자.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말이다.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이 교회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텐데 노인으로부터 갓난 아이까지 가장 기쁘고 행복한 날이 크리스마스라면 아기 예수님의 나심을 축하하는 선물로는 가장 큰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기 예수님의 태어나심을 축하하는 사람들은 들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 동방의 박사들과 약속을 믿고 기다리던 늙은 할아버지 시므온과 안나라는 과부 할머니 선지자였다. 싸움을 멈추게 하고 전쟁을 쉬게 하는 것이 성탄절의 힘이 아닌가. 권력 다툼을 하던 정치인들에게도,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치는 이 시대의 경쟁의 굴레 속에서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도, 남녀노소, 사회 각계각층, 어떤 인종이나 나라든지 모두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다. 성탄은 기쁨의 소식이요, 차별이 없으신 하나님의 최고 사랑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하늘에는 영광이 되고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는 평화가 깃들기를 이번 성탄절에는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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