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예향-초대석] “ 이태석 신부가 남긴 사랑의 기적…공감·봉사·섬김의 삶 퍼져나가길”
2022년 12월 19일(월) 19:30
구수환 (사)이태석 재단 이사장
‘수단 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
가난하고 병든 톤즈 사람들 위해
진정한 사랑 몸소 실천
다큐 ‘울지마 톤즈’‘부활’ 통해
이 신부의 ‘섬김의 리더십’ 알려

구수환 (사)이태석재단 이사장은 다큐 제작과 대중강연을 통해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 삶과 ‘섬김의 리더십’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구 이사장은 “시사고발 PD로 있을 때와 이태석 신부를 만나고 난 후의 가장 큰 차이는 긍정적인 사고와 행복지수가 높아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린 고(故) 이태석 신부(1962~2010)는 가난하고 병든 톤즈 사람들을 위해 진정한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전 KBS PD출신인 구수환(63) (사)이태석재단 이사장은 다큐 ‘울지마 톤즈’(2010년)와 ‘부활’(2020년) 등을 통해 이 신부의 헌신적 삶과 ‘섬김의 리더십’을 널리 알려오고 있다. 최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구 이사장은 “봉사와 헌신의 삶이 시대정신”이라며 “이태석 신부의 삶이 보여준 ‘섬김의 리더십’으로 불신과 갈등으로 고민하는 대한민국을 통합과 행복한 사회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강연 통해 이태석 신부의 섬김정신 전파= “학생들 문제가 뭐냐면 실존하는 존경하는 인물들, 자기의 ‘롤 모델’로 삼을 만한 그런 분들이 거의 없어요. 그렇지만 아이들을 함부로 무시하면 안돼요. 왜냐하면 아이들도 (이태석 신부처럼) 몸으로 실천한 부분에 대해서 느끼는 거예요. 이해관계를 떠나서, 굉장히 순수하죠. 그래서 이태석 신부의 삶이 아이들에게는 너무 중요해요. ”

구수환 (사)이태석재단 이사장은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달려간다. 한 사람이라도 더 이태석 신부의 사랑과 섬김의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은 더욱 신경을 쓴다. 학생들의 미래 인생항로에 나침반과 등대 역할을 해줄 ‘롤 모델’로 이태석 신부처럼 봉사하고 헌신하는 삶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매달 20회 이상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강연하는 강행군을 하지만 학생들의 열띤 반응에 육체적 고단함을 잊고 보람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강연 후 학생들의 질의응답이 길어지거나 구 이사장의 사인을 받기 위해 수 십m나 줄을 서는 바람에 서울로 올라갈 KTX를 놓쳐버리기도 했다.

구 이사장은 지난 10월 28일 광주시 동구 산수도서관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다큐 ‘부활’ 감상과 ‘우리는 이태석 입니다’를 주제로 한 강연 후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중 ‘(퇴직 후에도) 지치지 않고 사는 비결’에 대해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린 이태석 신부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8년간 가난하고 병든 수단 톤즈 주민과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다. 병원 의료진과 평화의 의미를 담아 손을 들고 사진을 찍는 생전의 이 신부.
◇가난한 수단 톤즈 주민과 함께한 의사출신 사제=부산 태생인 이태석 신부는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 복무를 마친 후 다시 광주 카톨릭대에 입학했다. 교황청립 살레시오 대학교에서 유학하던 1999년 8월, 내전을 겪던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Tonz)를 10일간 방문한 후 평생을 가난한 그들과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2001년 사제서품을 받은 후 자신과의 약속대로 톤즈로 돌아갔다. 말라리아와 콜레라로 죽어가는 주민들과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세웠다. 또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전쟁으로 폐허화된 학교건물을 고쳐 다시 열었다. 주민들은 이 신부를 딩카족 언어로는 ‘마장딧’, 세례명 요한의 영어식 표기인 ‘존 리’(John Lee)를 ‘쫄리’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이 신부는 선종전인 지난 2009년 5월 펴낸 에세이집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생활성서 刊)에서 학교와 성당 건립의 고충을 밝힌다.

“요즈음은 ‘예수님이라면 이곳에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 것 같다. 사랑을 가르치는 성당과도 같은 거룩한 학교, ‘내 집’처럼 느껴지게 하는 정이 넘치는 학교, 그런 학교를 말이다.”

또한 이 신부는 오랜 내전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아이들 마음에 기쁨과 희망의 씨앗을 심을 수 있을 것 같아’ 악기를 가르치고 브라스 밴드를 만들었다. 남수단 최초의 브라스 밴드였다. 남(본토 흑인)과 북(이슬람교의 아랍인)으로 나눠 25년간 이어졌던 내전이 2005년 1월 종식돼 평화협정이 체결됐다. 2008년 11월, 휴가차 입국했던 이 신부는 건강검진에서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2010년 1월, 48세 이른 나이에 선종(善終)했다. 구 이사장은 이태석 신부가 보여준 헌신적 삶을 ‘섬김(Servant)의 리더십’이라고 밝힌다. 리더십의 바탕을 이루는 경청과 공감, 소통은 한국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에게 절실한 항목이다.

<◇다큐 ‘울지마 톤즈’·‘부활’…‘섬김 리더십’ 부각= “나는 그분의 삶을 ‘사제 이태석’보다 ‘인간 이태석’의 관점에서 보고 싶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삶이었고, 행복한 삶이 무언지를 실천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구 이사장은 지난 6월 펴낸 ‘우리는 이태석 입니다’에서 다큐 ‘울지마 톤즈’를 제작할 때 어떤 생각에서 착수했는지를 얘기한다. 2010년 1월 당시 KBS PD로 일하던 그는 우연하게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 선종’ 뉴스를 접했다.

‘추적 60분’과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체첸과 레바논, 이라크 등 분쟁지역에서 6년 동안 종군기자로 활동한 시사·고발 분야 전문 PD는 헌신적으로 산 이 신부의 삶에 주목했다. 2010년 2월 불과 열흘간의 톤즈 취재를 통해 이 신부의 8년간(2001~2008년)의 헌신적인 봉사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먼저 방송된 후 다큐 ‘울지마 톤즈’로 극장에서 상영되며 ‘이태석 신부 신드롬’을 일으켰다.

◇톤즈 예비 의사들의 “우리는 이태석입니다”=“사람들이 ‘울지마 톤즈’를 보며 그리움과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다면 ‘부활’에서는 희망과 반가움의 눈물을 보인다.”

구수환 이사장은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2020년)에 맞춰 다큐 ‘부활’을 제작했다. ‘울지마 톤즈’에서 ‘이 신부를 그리워하며 서럽게 울던 아이들의 10년 후 이야기’이다. ‘그가 남긴 사랑의 기적을 통해 대한민국에 공감, 봉사, 섬김의 삶이 확산되었으면 하는 희망’과 ‘갈등과 분열의 대한민국을 행복한 국가로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다시 톤즈를 방문해 ‘울지마 톤즈’에 나왔던 아이들을 찾아 기록했다.

대견스럽게도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은 10년이 지났어도 이태석 신부의 유지를 잊지 않고 대학에 진학해 의사와 약사, 저널리스트, 공무원 등으로 성장했다. 한 사람이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었다. 의대에 진학한 예비의사들이 방학 기간 중에 한센인 마을을 찾아 의료 자원봉사를 펼치는 모습도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이들은 스승처럼 살겠다며 약속하는 의미로 “우리는 이태석입니다”라고 외친다. (사)이태석재단이 이들 톤즈 대학생들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하며 든든한 받침목 역할을 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사)이태석재단은 남수단에 병원 건립을 위한 ‘스마일톤즈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2012년 출범했다. 이 신부가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가기 위한 사업이었다. 초대 이사장였던 이태석 신부의 형 이태영 신부가 선종한 후 이 신부의 가족들이 전 구수환 PD에게 ‘재단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재단은 남수단 학생들을 대상으로 50여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매달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한센인 마을에 식량·의료·약품 등을 공급하고 있다. ‘톤즈 이태석 브라스 밴드’도 재창단했다. 재단은 100%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구 이사장은 앞으로 재단 역할을 크게 병원 운영과 학교 운영, 제자 육성에 중점을 두려한다. 재원 투입보다 ‘자립’이 중요하다. 의대에 진학한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이 돌아와 일할 병원이 필요하다.

최근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태석 신부가 한센병 환자 치료를 위해 만든 톤즈 인근 한센인 정착촌 ‘라이촉 마을’에 공립 ‘이태석 초등학교’가 이달초 문을 연 것이다. 앞으로 재단은 교사월급과 학습기자재, 학비 등을 지원하며, 이 신부 제자들을 교사로 보낼 계획이다.

/글=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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