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대금 떼일까 걱정…매출채권보험 가입할래요”
2022년 11월 23일(수) 20:35
광주신용보험센터 설명회 인파 북적
부실 외상대금 80% 보상 공적 보험
올해 광주·전남 보상금 20억4200만원

신용보증기금 광주신용보험센터가 23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평동종합비즈니스센터에서 연 ‘매출채권보험 설명회’에서 장문수 센터장이 매출채권관리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 평동산단에서 금형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3일 오후 신용보증기금 광주신용보험센터가 광산구 평동종합비즈니스센터에서 연 ‘매출채권보험 설명회’를 찾았다.

진남색 작업복 차림으로 설명회장을 찾은 그는 “거래처로부터 외상대금을 떼일까” 하는 걱정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거래처 100여 곳의 70%는 올해 들어 2~3개월 이내였던 대금 결제일을 6개월에서 길게는 8개월까지 늦추고 있다.

A씨는 “떼인 대금을 보상해주는 매출채권보험을 10년 전에도 알았지만, 당시에는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동안 인건비는 50% 넘게 뛰고 원자잿값은 크게 오르며 경영 상황이 악화했다. 내년 1월부터는 4%대 고정금리로 이용했던 대출을 9% 이자율에 쓰게 생겨서 불안감에 보험 가입을 고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 호남영업본부 광주신용보험센터는 개소 15년 만에 올해 처음 ‘매출채권보험’ 설명회를 열었다.

올해 보험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금액 1조2000억원은 이미 소진됐지만, 외상대금 회수를 걱정하는 지역 중소기업인들의 문의가 최근 들어 부쩍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설명회는 예상 인원을 훌쩍 넘은 광주·전남 중소기업인 60여 명이 찾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빼곡했다.

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광주·전남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매출채권보험 보상을 받은 건수는 41건으로, 보상금은 20억4200만원에 달한다. 기업 1곳당 평균 5000만원의 외상대금을 떼이거나 제때 받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광주·전남 매출채권보험 보상금은 19억2400만원(38건) 지급됐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구매처로부터 외상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 기업의 당좌부도, 폐업, 해산등기, 회생·파산 신청 등 다양하다.

광주센터의 보상금 지급 사유 75% 상당은 결제대금을 연장 결제기일 이내에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는 ‘결제지체’가 차지한다.

이날 강연에 직접 나선 장문수 광주신용보험센터장은 “매출채권보험의 손해율이 120%를 웃돌 정도이지만 지역 중소기업들에 보험 가입을 독려하는 이유는 그만큼 경기가 암담하기 때문”이라며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삼중고가 겹친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마저 닥치며 최근에는 건설업, 철강업 등 모든 산업 부문의 자금 시장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광주신용보험센터 제공>
설명회가 끝난 뒤에도 참석자들은 센터가 마련한 상담 자리를 따로 찾아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소상공인은 “경영상 개인법인(개인사업자)에 물건을 파는 경우도 잦은데 외상대금을 받을 방도가 까마득하다”고 말했고, 다른 참석자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법인카드 대금도 제때 내지 못하는 업체가 허다한데 신용보증기금이 내건 가입 대상 기준에 맞추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매출채권보험’은 ‘외상거래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공적보험제도이다.

보험에 가입한 기업이 물품이나 용역을 외상으로 제공한 후 거래처로부터 거래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때 손실금의 최대 80%까지 보상해준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올해 매출채권보험 재원에 각각 3억원과 5000만원을 출연했다. 이를 통해 총 납입 보험료의 50% 이내(광주 300만원·전남 200만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기업이 부담하는 보험료는 연간 10만원(간편보험)부터 1억원대까지 다양하다.

지난 3월 광주시 북구 한 도매업체는 주요 거래처가 당좌부도가 났지만, 매출채권보험 보험금 2억5000만원을 받았다. 이 업체의 계열회사도 같은 시기에 2억원의 보험금을 받아 연쇄 부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목포의 한 선박 자재 제조업체도 미결제대금 4000만원을 신용보증기금의 중재로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광주·전남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기업 간 외상거래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10월 말 기준 보험가입 신규 업체는 350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46곳) 증가했다. 보험가입 금액도 같은 기간 6686억원에서 7873억원으로, 17.8%(1187억원) 늘었다.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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