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요?
2022년 11월 07일(월) 23:30 가가
살고 싶은 집?
짓고 싶은 집?
좋은 집이란 어떤 집일까?
짓고 싶은 집?
좋은 집이란 어떤 집일까?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어떤 집을 짓고 싶으세요?’ 사람마다 ‘좋은 집’에 대한 기준은 다르다. 날로 주택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획일화된 아파트를 벗어나 자신만의 집 철학을 담은 집을 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주와 장성에 단독주택을 지은 두 건축주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소박한 미소 닮은 ‘평담재’
장성 불태산 자락에 터 잡은 허호길·변성연 씨 부부 “행복을 짓다”
방문손님 맞이할 식당·복도 끝 서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역사적으로 유서깊은 장성 불태산 자락 아름다운 시골마을에 미소가 아름다운 부부가 살고 있다. 오랜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4년전 이곳에 터를 잡고 집을 지어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허호길(59·광주과기원 교수)·변성연(56) 씨 부부다. 이들이 살고 있는 집은 ‘평담재’. ‘평화롭고 담담한 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외관은 담담하고 세련돼 있지만 그러면서도 위화감이 들지 않게 단층으로 집을 짓고 마을과 풍경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는 느낌이다. 세 개의 박공지붕은 뒤편 불태산과도 잘 어울린다.
“아파트에서만 생활하다가 ‘살고 싶은 집’을 짓고 싶었어요. 옷을 입더라도 맞춤옷을 입지 못하고 항상 기성복만 입었잖아요. 집도 맞춤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죠. 시골에 집을 짓고 살더라도 ‘뭐 이 정도면 되지’라면서 단순히 ‘사는집’을 짓는 게 보통이에요. 저희는 ‘이제부터 즐겨보자’, ‘우리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지금부터 조금 더 우리 삶을 풍요롭게 지내보자’라는 생각으로 ‘살고 싶은 집’을 짓게 되었습니다.”
터를 잡고 설계를 하고 집을 짓는 동안 수고로움이 많았지만 부부는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집이 탄생할 수 있었다며 만족스러워한다. 실질적인 집 설계나 공사는 전문가에게 맡겼지만 평담재의 공간 구상이나 아이디어는 부부의 생각이 많이 담겨있다.
“집을 설계해주신 건축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울에서 활동하시는 분이었는데 설계 전 사흘을 기존에 살고 있던 광주 아파트로 찾아와 생활 패턴을 유심히 살펴보셨어요. 집을 지어가는 과정에서도 제가 여러차례 서울을 방문하면서 디테일한 요구사항을 설명하기도 했어요. 단순히 ‘사는 집’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재미있게 잘 살고 싶었기 때문에 신중하고 또 신중했죠.”
아내가 집안 설계에 신경을 쓴 건 식당이었다. 현관으로 들어와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공간인데 주방과 맞닿아 있어 식당이자 손님을 맞이하는 웰컴룸이다. 두 사람 모두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해서인지 외부 손님들의 방문이 잦은 편이다. 이 때문에 넓은 거실을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방 공간으로 내어줬다. 해가 가득 들어올 때는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 것도 일상의 즐거움 중 하나다.
식당 바로 앞은 주방이다. 집을 지으면서 가장 신경을 쓴 공간이 이곳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예사롭지 않다.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집 속의 집’이 들어있다고 얘기한다.
평담재의 주방은 일반 가정집의 주방과는 달랐다. 결혼 전 프랑스로 유학을 가 요리를 공부하고 요리사로 활동했던 아내의 작은 꿈이 담겨있는 곳이랄까. 건축사는 이곳을 ‘셰프의 요리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아내는 ‘남편과 함께’ 요리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좀 더 여유롭게 해달라 요청했고, 그 덕에 많은 그릇을 놓고 함께 요리해도 넉넉한 주방이 되었다.
부부가 사용하는 거실은 침실과 웰컴룸 사이의 방이다. 이곳에서는 또 다른 정원이 펼쳐진다. 집 구조상 뒷뜰이라고 표현하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메인 정원이다.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는 집 안쪽에 위치해있어서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
현관의 오른쪽으로는 서재로 향하는 복도가 나 있다. 별도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 층고를 살짝 낮췄다. 서재는 본체에 들어와있지만 프라이빗 한 공간이 되었고, 그러면서 또 하나로 연결된 근사한 서재가 되었다.
서재에는 가로로 긴 창이 나 있는데 서있으면 아기자기한 뒤뜰이 눈앞에 보이고 창 앞의 테이블에 앉으면 멀리 불태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편 허호길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서재에는 열회수 환기장치를 설치해 24시간 공기가 순환되면서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집을 지으면서 하나 깨달은게 있어요. 공간을 제가 다 쓰려고 하면 결국은 어딘가가 빠그라져요.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어느 공간을 내놓은다고 생각을 하니 모든게 모나지 않고 부드럽게 가더라구요. 그게 너무 신기해요. 보통 집을 지을 때 복도는 버리는 공간처럼 느껴지기에 선호하지 않는데 만들어놓고 보니 집 분위기가 새롭고 주방과 서재 사이에 구별도 되어 좋더라구요.”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산악인 박상수 대장의 ‘화다정’(和多亭)
나주 지석천변에 빛 따스한 단독주택…입구부터 은은한 향기
반려견·분재·수목과 일상 시작…현관 ‘제비집’ 자연과 공감
“분재와 나무를 좋아했기 때문에 도시 아파트에서 나온 겁니다.”
박상수(64) 전(前) 광주·전남 학생산악연맹 회장은 2년 전 광주 아파트 생활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나주시 산포면 지석천변에 단독주택을 지었다. 30여 년간 근무했던 직장(한국도로공사) 생활을 마무리 한 후 내린 결단이었다. 장인·장모가 살았던 집터를 다시 매입해 2층 규모 양옥을 새로 올렸다. 당초 아끼던 분재와 나무를 보관하고 기를 자그마한 ‘세컨드 하우스’로 지으려 했다. 퇴직 후, 애정을 쏟았던 분재와 나무를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상당수가 고사하는 아픔을 겪은 터였다. 하지만 건축비용이 예상보다 만만치 않자 생각을 바꿔 아예 ‘본집’으로 건립했다.
집 입구에 들어서자 은은한 향기가 감돈다. 집주인인 박 대장은 은목서 나무에서 발산하는 향기라고 알려줬다. 초록 잔디로 깔끔하게 정돈된 마당에는 금송(金松) 등 다양한 분재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분재와 나무는 ‘산사나이’로 하여금 결연하게 도시를 벗어나 전원으로 나오게 한 원동력이다.
이곳에서는 아파트에서 살 때와 또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박 대장은 아침에 일어나면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둑길을 산보하고 난 후 분재에 물을 주고 나무 가지를 손본다. 그리고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예초기로 잔디를 깎아준다. 밤이 이슥해도 잡초가 눈에 거슬리면 뽑을 정도다. 이런 철저한 집관리 습관 때문에 집을 찾아온 지인들은 ‘무슨 집을 이렇게 번들 번들하니 잡풀 하나 없이 관리하느냐’며 놀리기도 한다. 도시 아파트에 거주할 때와 다르게 반려견과 분재, 나무와 함께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현관에 자리한 요즘 보기 드문 제비집은 자연 속 주거공간임을 한눈에 보여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다정’(和多亭)이라 쓰인 편액이 걸려 있다. 고향(벌교) 선배인 ‘꼬막화가’ 김성수 화백이 선물한 당호이다. 집 이름에 ‘가족 간에 화목하고 다정한 집’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2층 서재내 나무탁자에 앉으면 유리창 너머로 서정적인 지석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김소월 시인이 짓고 나주 남평 출신 안성현(1920~2006)이 작곡한 동요 ‘엄마야 누나야’의 노랫말 그대로다.
광주 시내에서 20여분 거리인 나주 산포면에 지은 단독주택은 장성한 자녀들의 ‘가족 리조트’처럼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 19’ 유행 때문에 어디 맘대로 갈 수가 없지 않았습니까? 코로나도 한몫 했지만, 여기는 여름철에 대형 튜브로 수영장을 만들 수 있고, 잔디밭에서 야구를 하며 놀고, 바베큐도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가족 리조트’가 생긴 거죠. 아들·딸들이 손자·손녀를 데리고 여기로 와서 쉬어 갑니다.”
조선이공대 산악회 OB인 박 대장은 2001년 국내 최초로 한국도로공사 산악 실업팀 창단을 실행에 옮겼다. 1997년 낭가파르밧을 시작으로 ▲2002년 시샤팡마 남서벽 ▲2004년 로체 남벽 ▲2007년 에베레스트·로체 등 히말라야 8000m급 원정대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02년 시샤팡마 남서벽 등정은 ‘코리안 하이웨이’로 명명된 한국 최초의 신(新)루트 개척이라는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2011년에는 ‘자유를 향한 2011 마나슬루 원정대’를 꾸려 한해 전 마나슬루(8163m) 등정 중 사고를 당한 고(故) 박행수(광주대 OB) 대원의 시신을 수습했다. 또한 2007~2008년에는 ‘광주·전남 학생산악연맹’(학산) 회장으로 지역의 산악인 육성과 학산 발전을 위해 열성적으로 활동했다. 인생의 전부를 히말라야 설산에 건 산악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다.
2층 테라스로 나와 북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대학입학 후 산 인생의 첫 발을 뗐던 무등산이 멀리 눈에 들어온다. 심심상인(心心相印), 산과 말 없는 대화를 나눈다. 20대부터 평생을 산과 함께 해온 산악인은 자연의 심성을 닮아가고 있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장성 불태산 자락에 터 잡은 허호길·변성연 씨 부부 “행복을 짓다”
방문손님 맞이할 식당·복도 끝 서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역사적으로 유서깊은 장성 불태산 자락 아름다운 시골마을에 미소가 아름다운 부부가 살고 있다. 오랜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4년전 이곳에 터를 잡고 집을 지어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허호길(59·광주과기원 교수)·변성연(56) 씨 부부다. 이들이 살고 있는 집은 ‘평담재’. ‘평화롭고 담담한 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터를 잡고 설계를 하고 집을 짓는 동안 수고로움이 많았지만 부부는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집이 탄생할 수 있었다며 만족스러워한다. 실질적인 집 설계나 공사는 전문가에게 맡겼지만 평담재의 공간 구상이나 아이디어는 부부의 생각이 많이 담겨있다.
“집을 설계해주신 건축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울에서 활동하시는 분이었는데 설계 전 사흘을 기존에 살고 있던 광주 아파트로 찾아와 생활 패턴을 유심히 살펴보셨어요. 집을 지어가는 과정에서도 제가 여러차례 서울을 방문하면서 디테일한 요구사항을 설명하기도 했어요. 단순히 ‘사는 집’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재미있게 잘 살고 싶었기 때문에 신중하고 또 신중했죠.”
아내가 집안 설계에 신경을 쓴 건 식당이었다. 현관으로 들어와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공간인데 주방과 맞닿아 있어 식당이자 손님을 맞이하는 웰컴룸이다. 두 사람 모두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해서인지 외부 손님들의 방문이 잦은 편이다. 이 때문에 넓은 거실을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방 공간으로 내어줬다. 해가 가득 들어올 때는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 것도 일상의 즐거움 중 하나다.
식당 바로 앞은 주방이다. 집을 지으면서 가장 신경을 쓴 공간이 이곳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예사롭지 않다.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집 속의 집’이 들어있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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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룸 창가에 앉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허호길·변성연 씨 부부. |
부부가 사용하는 거실은 침실과 웰컴룸 사이의 방이다. 이곳에서는 또 다른 정원이 펼쳐진다. 집 구조상 뒷뜰이라고 표현하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메인 정원이다.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는 집 안쪽에 위치해있어서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
현관의 오른쪽으로는 서재로 향하는 복도가 나 있다. 별도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 층고를 살짝 낮췄다. 서재는 본체에 들어와있지만 프라이빗 한 공간이 되었고, 그러면서 또 하나로 연결된 근사한 서재가 되었다.
서재에는 가로로 긴 창이 나 있는데 서있으면 아기자기한 뒤뜰이 눈앞에 보이고 창 앞의 테이블에 앉으면 멀리 불태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편 허호길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서재에는 열회수 환기장치를 설치해 24시간 공기가 순환되면서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집을 지으면서 하나 깨달은게 있어요. 공간을 제가 다 쓰려고 하면 결국은 어딘가가 빠그라져요.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어느 공간을 내놓은다고 생각을 하니 모든게 모나지 않고 부드럽게 가더라구요. 그게 너무 신기해요. 보통 집을 지을 때 복도는 버리는 공간처럼 느껴지기에 선호하지 않는데 만들어놓고 보니 집 분위기가 새롭고 주방과 서재 사이에 구별도 되어 좋더라구요.”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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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산포면 지석천변 전원주택에서 자연과 벗하며 사는 박상수 대장. |
나주 지석천변에 빛 따스한 단독주택…입구부터 은은한 향기
반려견·분재·수목과 일상 시작…현관 ‘제비집’ 자연과 공감
“분재와 나무를 좋아했기 때문에 도시 아파트에서 나온 겁니다.”
박상수(64) 전(前) 광주·전남 학생산악연맹 회장은 2년 전 광주 아파트 생활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나주시 산포면 지석천변에 단독주택을 지었다. 30여 년간 근무했던 직장(한국도로공사) 생활을 마무리 한 후 내린 결단이었다. 장인·장모가 살았던 집터를 다시 매입해 2층 규모 양옥을 새로 올렸다. 당초 아끼던 분재와 나무를 보관하고 기를 자그마한 ‘세컨드 하우스’로 지으려 했다. 퇴직 후, 애정을 쏟았던 분재와 나무를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상당수가 고사하는 아픔을 겪은 터였다. 하지만 건축비용이 예상보다 만만치 않자 생각을 바꿔 아예 ‘본집’으로 건립했다.
집 입구에 들어서자 은은한 향기가 감돈다. 집주인인 박 대장은 은목서 나무에서 발산하는 향기라고 알려줬다. 초록 잔디로 깔끔하게 정돈된 마당에는 금송(金松) 등 다양한 분재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분재와 나무는 ‘산사나이’로 하여금 결연하게 도시를 벗어나 전원으로 나오게 한 원동력이다.
이곳에서는 아파트에서 살 때와 또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박 대장은 아침에 일어나면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둑길을 산보하고 난 후 분재에 물을 주고 나무 가지를 손본다. 그리고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예초기로 잔디를 깎아준다. 밤이 이슥해도 잡초가 눈에 거슬리면 뽑을 정도다. 이런 철저한 집관리 습관 때문에 집을 찾아온 지인들은 ‘무슨 집을 이렇게 번들 번들하니 잡풀 하나 없이 관리하느냐’며 놀리기도 한다. 도시 아파트에 거주할 때와 다르게 반려견과 분재, 나무와 함께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현관에 자리한 요즘 보기 드문 제비집은 자연 속 주거공간임을 한눈에 보여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다정’(和多亭)이라 쓰인 편액이 걸려 있다. 고향(벌교) 선배인 ‘꼬막화가’ 김성수 화백이 선물한 당호이다. 집 이름에 ‘가족 간에 화목하고 다정한 집’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2층 서재내 나무탁자에 앉으면 유리창 너머로 서정적인 지석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김소월 시인이 짓고 나주 남평 출신 안성현(1920~2006)이 작곡한 동요 ‘엄마야 누나야’의 노랫말 그대로다.
광주 시내에서 20여분 거리인 나주 산포면에 지은 단독주택은 장성한 자녀들의 ‘가족 리조트’처럼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 19’ 유행 때문에 어디 맘대로 갈 수가 없지 않았습니까? 코로나도 한몫 했지만, 여기는 여름철에 대형 튜브로 수영장을 만들 수 있고, 잔디밭에서 야구를 하며 놀고, 바베큐도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가족 리조트’가 생긴 거죠. 아들·딸들이 손자·손녀를 데리고 여기로 와서 쉬어 갑니다.”
조선이공대 산악회 OB인 박 대장은 2001년 국내 최초로 한국도로공사 산악 실업팀 창단을 실행에 옮겼다. 1997년 낭가파르밧을 시작으로 ▲2002년 시샤팡마 남서벽 ▲2004년 로체 남벽 ▲2007년 에베레스트·로체 등 히말라야 8000m급 원정대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02년 시샤팡마 남서벽 등정은 ‘코리안 하이웨이’로 명명된 한국 최초의 신(新)루트 개척이라는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2011년에는 ‘자유를 향한 2011 마나슬루 원정대’를 꾸려 한해 전 마나슬루(8163m) 등정 중 사고를 당한 고(故) 박행수(광주대 OB) 대원의 시신을 수습했다. 또한 2007~2008년에는 ‘광주·전남 학생산악연맹’(학산) 회장으로 지역의 산악인 육성과 학산 발전을 위해 열성적으로 활동했다. 인생의 전부를 히말라야 설산에 건 산악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다.
2층 테라스로 나와 북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대학입학 후 산 인생의 첫 발을 뗐던 무등산이 멀리 눈에 들어온다. 심심상인(心心相印), 산과 말 없는 대화를 나눈다. 20대부터 평생을 산과 함께 해온 산악인은 자연의 심성을 닮아가고 있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