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농업인의 날’의 의미-박안수 남광주농협 사외이사·경제학박사
2022년 10월 14일(금) 00:15
정부는 여성 농업인의 위상을 확립하고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해 말 매년 10월 15일을 ‘여성 농업인의 날’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성 농업인의 날의 취지에 적합한 기념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여성 농업인은 농업·농촌의 발전 주체로 농업 생산 활동을 통하여 품질이 좋고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함으로써 농업·농촌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 식량 자립 기반을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여성 농업인의 날은 유엔(UN·국제연합)이 정한 ‘세계 여성 농업인의 날’ 과 동일하며 기존의 ‘농업인의 날’ 기념 행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11월 11일에 열릴 예정이다.

물론 농업인의 날이 제정되어 있음에도 추가로 ‘여성 농업인의 날’을 별도로 제정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작금의 우리 농업 현실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작년 쌀 수확 이후 45년 만에 처음으로 쌀값 하락과 아울러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미국 달러의 초강세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 농가 소득의 손익분기점은 고사하고 대다수 수입 곡물인 농후 사료(배합사료)에 의존하고 있는 축산농가에 대한 존립마저 위태로운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3월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농업 직불금 증액으로 내년 공익 직불금이 3000억 원이 증액됐다는 사실이다. 또한 내년 시행 예정인 ‘고향 사랑 기부금법’은 농가 소득에 다소나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농업의 디지털화와 스마트 농업으로 많은 발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농업인은 고된 농작업을 시작으로 육아, 농촌 생활 개선, 그리고 가족 봉양 등 농촌에서의 힘든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에 걸맞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에서는 각각 연 20만 원, 10만 원에 해당하는 여성 농업인 바우처를 시행하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그렇게 충분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영암군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시행하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 농약 중독 등 여성 농업인 특수 건강 검진을 모든 여성 농업인으로 확대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제 농업 분야 정책 수립도 농림식품부 다수 여성 고위 담당관이 정책을 입안·시행하고 있고 과거 경상남도 농업기술원장은 여성원장이 맡아 농업정책을 훌륭히 추진한 사례도 있다. 초보 농부였던 전라북도의 유희경 씨팀은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3회 농업 인공지능(AI) 경진대회에서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여성 후계 농업인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귀농·귀촌하는 여성 농업인이 점차 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농협에서도 여성 농업인의 자율적인 모임인 (사)전국농가주부모임이 가장 거대한 여성 조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매월 ‘새농민상’ 선정 시 부부 공동 명의로 수상을 할 만큼 여성 농업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뿐만 아니라 수해 전부터 여성 농업인 증가에 발맞추어 복수 조합원 제도를 도입·시행하는 것은 물론 지역 농협에서는 여성 농업인 조합원이 일정 비율을 넘는 경우 여성 대의원과 임원 수를 정관에 의무적으로 정해서 운영하는 방안도 강구했으면 한다.

미래 농업은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 먹거리를 담당하는 식량 안보의 경제적 기능은 물론 자연환경적, 사회문화적인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함께 최근에 점차 늘어나고 있는 도시 농업과 치료 농업 등의 역할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농업의 변화에 여성 농업인은 식량 생산과 안보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농촌 발전을 이끄는 실질적인 주역이라 할 수 있다. 여성 농업인의 날 지정으로 여성 농업인의 권익 향상이 이뤄지고 정당한 대우와 권리가 주어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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