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위기 - 김차준 조선대 동북아연구소 연구원
2022년 10월 13일(목) 00:15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역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역은 미국과 러시아라는 두 강대국의 각축장으로 변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유지되어 온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는 위기에 봉착했다. 전쟁으로 발생한 대규모 우크라이나 난민들 역시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유럽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러시아와 중국이 더욱 밀착되는 반면 아시아에서는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되는 중이다. 국제 질서가 다극체제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중·러 삼각 관계의 모습이 중·러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반미 전선의 강화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반도 상황 역시 예사롭지 않다. 2018년 남·북·미는 한반도 평화 체제에 의견 접근을 이루어졌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협력은 중단되었다. 이후 남북한, 북·미의 대립은 격화되었다. 최근 북한은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하였다. 한·미·일은 동해상에서 대규모의 연합 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미국 특수전사령부는 이른바 ‘참수 작전’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 역시 이에 반발해 탄도미사일 발사와 전투기 등을 동원해 무력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한반도의 시계는 위태롭던 2017년 여름으로 빠르게 되돌아가고 있다. 어느새 한반도에서 종전과 평화 체제를 둘러싼 논의들은 그 힘을 잃어가고, 그 대신에 적대적인 기운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급격하게 악화되는 국제 정세 아래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먼저 한반도의 주변 정세가 우리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적극적인 대북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한 5개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밀접한 북·중 관계와 더불어 러시아와 관계 강화에 나섬으로써 변화하는 현 정세에 적극적으로 편승할 공산이 크다. 이에 우리 역시 이 악화된 정세에 말려든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서도 선제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용단이 필요하다.

둘째, 현재의 국제 질서가 과거 냉전 시기로 단순한 회귀가 아닌 다극 체제 아래에서 강대국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외교는 최대한 중도의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대미 외교는 우리 외교의 중요한 축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동맹에 의존하는 외교는 한반도를 안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취약한 상태로 내몰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자기 영향력 아래 두기 위해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고, 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잘못된 정책 목표는 자국을 파국으로 치닫게 했다. 물론 외교에서 중도의 길을 가는 것은 우리에게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외교 목표를 재설정하는 것은 우리의 대안일 수밖에 없다.

셋째, 남북 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보이며 선도적으로 이를 이끌 필요가 있다. 탈냉전 이후부터 유지되어온 강대국 간 협력에 기반한 위계적 방식에 의한 한반도 안정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이 한반도가 강대국의 각축장으로 변화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마련되어 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남북한의 현명하지 못한 대응은 한반도의 위기를 증폭시킬 것이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끌려갈수록 우리들의 운신의 폭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남북한이 주도하는 평화적 접근만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놓인 한반도를 위기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

북한이 양보하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 모든 분야에서 앞선 우리가 대범하게 전향적인 조처를 취한다면 한반도에 평화는 반드시 찾아오리라 본다. 여권 일각에서 논의된 바 있는 북한의 방송 개방이나 이산가족의 북한 방문 허용 등은 이를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보수 정부가 이런 조치를 한다면 야당과 국민 다수로부터 호응받을 수 있다. 세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나락에 빠졌던 과거의 암울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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