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척, 늙은 척-중현 광주 증심사 주지
2022년 10월 07일(금) 00:45 가가
요즘 유튜브에 들어가면 곧, 조만간, 엄청난 경제 위기가 닥칠 거라는 내용의 동영상이 매일 올라온다. 가끔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가장 위험하다는 기사도 눈에 띄곤 한다. 한국이 세계국채지수 관찰 대상국에 들어갔다고도 한다. 예전 같았으면 왜 그런지 따져 보았을 것이나 요즘은 제목만 보고 말아 버린다. 그런 기사들을 내가 굳이 챙겨서 유심히 살펴본다고 해서 닥칠 위기가 닥치지 않는 것도 아니거니와 ‘IMF도 겪었는데 힘들어 봐야 얼마나 힘들겠어!’ 하는 발상도 한 몫 거든 결과이다. 이런 기사들을 모두 패스해 버리고 새벽부터 내가 본 동영상은 “고대 피라미드는 무덤이 아니라, 나일강 범람과 깊은 연관이 있는 시리우스 별의 관측이 그 목적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애써 현실을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현실을 초월하고픈 무의식적인 충동이 나를 부추긴다.
어제는 제주도를 일주하는 700번 시외버스를 소재로 하는 다큐를 보았다. 70살 정도 되신 분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그런 거 없어요. 그저 건강하기만 하면 돼요. 건강하기만 하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 바라는 게 있냐는 질문에, 제주시의 병원에 다녀오던 노부부 중 남편 되는 분이 한 말이었다. 아무런 욕심도 없는 말 같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욕망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있다. 여기저기 몸이 고장 난 사람에게 건강만큼 중요하고 간절한 것은 없다.
자신이 삶의 끝자락에 와 있다고 느끼는 부류의 사람들은 웬만한 세파에는 별반 반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살면서 수차례 겪은 바이니 그럴 수 있다. 대신 그들의 관심사는 세상이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명줄이다.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이런 마인드에서 노욕이 자라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라도, 남은 어떨지라도 당장 내 몸 하나 잘 건사하고 싶어하는 것이 노욕의 실상이다.
역시 같은 날, 스님들과 차담을 하다, 초콜렛을 입힌 아몬드의 인기가 시원찮아서 그 이유가 궁금했다. 스님들에게 물었더니 한 스님이 대답했다.
“스님들이 다들 나이를 먹어서 초콜렛 같은 거 찾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가 얼른, 요즘 60대는 어디 가서 나이 먹었다는 말도 못해요. 70대나 되어야 나이 좀 먹었다고 말하지”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그 스님은 “아니, 정신적으로 나이를 먹었다는 거지”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한동안 국뽕이 온 유튜브를 도배하듯 하더니 요즘은 좀 잠잠해진 듯하다. 아무래도 “우리도 이제 선진국!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식의 자아도취에 빠져 살 만큼 작금의 대한민국이 태평성대는 아닌 모양이다. 좋은 시절이 있으면 나쁜 시절도 있는 법.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사람 같다.
60살, 예전 같으면 나이 타령해도 그렇게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남들은 쳐주지도 않는 나이를 들이대며 부지불식간에 나이 타령을 하곤 한다. 하지만 요즘은 어림도 없다. 그런데 그 나이란 것이 인터뷰에서 본 분과 기껏해야 열 살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억울하다. 열 살 차이인데 한쪽은 “어르신~” 하며 깍듯하게 대접하고, 한쪽은 나이 먹은 티 내면 당장 구박받기 십상이다.
늙은이 취급받는 것보다야 낫지만, 젊지도 않은데 젊은 척하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죽을 뻔한 고비도 넘겼고, 종이책이나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는 것도 이제는 상당한 중노동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부지런히 젊은 척하며 사노라면 언젠가 나이 같은 건 의식하지 않고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이든 척하지 않아도 나이 들어 보일 것 같다. 그러나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노욕도 그만큼 커질 것이 분명하다. 몸이 나이를 먹는 만큼 마음도 그만큼 성숙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바로 노욕 때문이다. 행여나 노욕(老慾)이 노욕(老辱)이 되지는 않을까? 아무래도 늙은이 취급받기 전부터 미리미리 나이를 의식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또 나이 타령이다. 아… 아무래도 나이 타령이라는 개미지옥에 빠진 기분이다.
그나저나 겨울이 오기 전에 제주 가서 700번 버스를 한 번 타 봐야겠다. 물론 그때까지 이 나라가 멀쩡하다면 말이다.
“스님들이 다들 나이를 먹어서 초콜렛 같은 거 찾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가 얼른, 요즘 60대는 어디 가서 나이 먹었다는 말도 못해요. 70대나 되어야 나이 좀 먹었다고 말하지”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그 스님은 “아니, 정신적으로 나이를 먹었다는 거지”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한동안 국뽕이 온 유튜브를 도배하듯 하더니 요즘은 좀 잠잠해진 듯하다. 아무래도 “우리도 이제 선진국!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식의 자아도취에 빠져 살 만큼 작금의 대한민국이 태평성대는 아닌 모양이다. 좋은 시절이 있으면 나쁜 시절도 있는 법.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사람 같다.
60살, 예전 같으면 나이 타령해도 그렇게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남들은 쳐주지도 않는 나이를 들이대며 부지불식간에 나이 타령을 하곤 한다. 하지만 요즘은 어림도 없다. 그런데 그 나이란 것이 인터뷰에서 본 분과 기껏해야 열 살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억울하다. 열 살 차이인데 한쪽은 “어르신~” 하며 깍듯하게 대접하고, 한쪽은 나이 먹은 티 내면 당장 구박받기 십상이다.
늙은이 취급받는 것보다야 낫지만, 젊지도 않은데 젊은 척하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죽을 뻔한 고비도 넘겼고, 종이책이나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는 것도 이제는 상당한 중노동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부지런히 젊은 척하며 사노라면 언젠가 나이 같은 건 의식하지 않고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이든 척하지 않아도 나이 들어 보일 것 같다. 그러나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노욕도 그만큼 커질 것이 분명하다. 몸이 나이를 먹는 만큼 마음도 그만큼 성숙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바로 노욕 때문이다. 행여나 노욕(老慾)이 노욕(老辱)이 되지는 않을까? 아무래도 늙은이 취급받기 전부터 미리미리 나이를 의식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또 나이 타령이다. 아… 아무래도 나이 타령이라는 개미지옥에 빠진 기분이다.
그나저나 겨울이 오기 전에 제주 가서 700번 버스를 한 번 타 봐야겠다. 물론 그때까지 이 나라가 멀쩡하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