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대중문화 X파일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 의미와 과제
2022년 09월 26일(월) 22:30 가가
편견 짙은 장애인 콘텐츠에 각성의 비수 날리다
장애·비장애 다름 바라보며 이해하는 과정 담아 공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리들의 블루스’ ‘굿닥터’ 등
완성도·연기자들 호연으로 시청률 급상승…해외서도 주목
장애·비장애 다름 바라보며 이해하는 과정 담아 공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리들의 블루스’ ‘굿닥터’ 등
완성도·연기자들 호연으로 시청률 급상승…해외서도 주목
한 드라마가 의미와 각성을 동반하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일본 홍콩 태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열풍을 초래했다. 신드롬과 열풍의 진원지는 케이블 채널 ENA가 6월 29일~8월 18일 방송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며 성장하는 휴먼 법정 드라마를 표방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ENA 채널의 낮은 인지도로 1회 0.9%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2회 1.8%, 4회 5.2%, 6회 9.6%에 이르더니 8회 13.0%, 10회 15.2%로 10%대를 돌파하며 지상파 TV와 종편, 다른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를 압도했다. 일반 드라마의 시청 지속 시간이 10분 정도인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40분에 달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굿데이터가 발표한 7월 TV 화제성 드라마 부문과 갤럽이 조사한 7월 시청자가 가장 즐겨 본 TV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고 주연 박은빈은 손흥민 임영웅 김연아 손석구 아이유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유재석을 제치고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분석한 7월 스타 브랜드평판 1위에 올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언론매체의 기사와 전문가의 호평, 시청자의 의견이 쏟아지며 사회적 신드롬이 됐다.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7월 4일부터 10일까지 2395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비영어 TV 부문 1위에 올랐고 7월 11~17일 4558만 시간, 7월 25~31일 6563만 시간으로 수직 상승하며 TV 부문 전체 콘텐츠 글로벌 2위에 랭크됐다. 일본 홍콩 베트남을 비롯한 20여 개국에서 시청 1위를 석권했고 미국에선 10위권에 포진했는가 하면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선 불법 유통·시청이 성행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국내외 인기의 원인은 장애인과 장애 서사를 다룬 기존 드라마·영화와의 차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인 주인공 드라마인데 절망은 없다는 식의 인간 승리 서사를 부각하지 않고 장애를 가진 인물이 사회 구성원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와 비장애인 주변인들이 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다름을 바라보며 이해해나가는 과정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어둡고 무거운 기존의 장애인 관련 드라마·영화와 달리 장애인 서사인데도 밝고 경쾌해 시청자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선정적인 스토리와 자극적인 캐릭터, 폭력적인 장면 없이 담백하고 절제된 내용으로 위로와 감동도 전했다. 매회 성소수자, 어린이의 과잉 사교육, 탈북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 여직원 구조조정 등 공론화가 필요한 사회적 의제를 제시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여기에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며 따스한 시선을 견지한 극본과 연출 그리고 주연 박은빈을 비롯한 연기자의 열연이 조화를 이룬 점도 인기에 한몫했다.
물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문제도 노출했다. 류승연 작가의 지적처럼 장애인이 스스로 무해하거나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입증해야만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비장애인 중심의 차별 프레임이 드러났다. 자폐라는 장애를 가졌으면서도 비장애인을 압도하는 천재성을 발휘하는 변호사 즉 현실에선 접하기 힘든 최상위 고기능성 자폐 주인공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과 드라마 ‘굿닥터’,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비롯한 장애인 소재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스테레오 타입 캐릭터로 이 또한 장애인의 편견을 조장한다. 비장애인 배우가 장애인을 연기함으로써 리얼리티와 ‘장애인 당사자성’의 한계도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미디어가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뉴스, 다큐멘터리 같은 콘텐츠를 통해 구사하는 장애인에 대한 지배적 이미지와 관습적 서사에 각성의 비수를 날렸다.
그동안 미디어는 장애인을 묘사하면서 다수자인 비장애인의 고정관념을 강화했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켰다. 미디어는 장애인을 ‘인간 이하’ 혹은 ‘인간 이상’으로 재현하면서 장애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기 보다는 동정과 연민의 대상 혹은 혐오와 불편의 존재로 규정하는 타자화를 일삼았다. 드라마를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는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덧씌워진 낙인을 지우고 전환하는 작업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함에도 오히려 편견과 왜곡의 주홍글씨를 더 강력하게 새겼다. 무엇보다 미디어는 우리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장애인을 없는 존재로 철저히 무시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과 같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장애인이 2021년 기준 3만 1000명에 달한 것을 비롯해 발달장애인만 25만 명에 이르는 등 우리 사회에 수많은 장애인이 존재하는데도 미디어에선 장애인은 1년 365일 중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왜곡과 편견 심지어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미디어의 장애인 콘텐츠를 직격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비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회전문이 장애인이 이용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과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수백 명이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장애의 무게입니다” 같은 대사 등을
통해서 말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규찬 교수가 논문 ‘미디어 문화와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에서 강조하듯 장애인을 비롯한 힘없는 타자, 그래서 더 많은 고통을 겪는 타인에게 목소리를 되돌려주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집단, 사회적 약자에게 다가가 이들의 의사와 욕망, 정체를 대면하고 이야기로 풀어내 사회적 관심사로 드러내는 것이 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공적 책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대중이 선호하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 형식을 통해 장애인의 현실과 정체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며 미디어가 방기한 책무를 이행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전부터 일부 드라마와 영화에선 새로운 변화가 보였다. 4월 9일부터 6월 12일까지 방송돼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다운증후군을 가진 발달장애인 정은혜와 청각장애인 이소별이 연기자로 출연해 큰 울림을 주며 드라마의 리얼리티와 진정성, 장애인 당사자성을 배가시키는 한편 장애인 배우의 드라마·영화 진출 확대에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 ABC가 리메이크해 시즌5까지 방송하고 10월부터 시즌6을 내보내는 동명 드라마의 원작인 KBS의 ‘굿닥터’와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등이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진일보한 방식으로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성과 소수자성이 문화 트렌드를 넘어 시대정신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를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정의하고 인간의 바람직한 태도와 행동 모델을 제공한다. 미디어 콘텐츠가 재현한 이미지와 서사가 현실의 척도가 되며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인식의 근간을 이룬다. 미디어 콘텐츠가 장애인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회 내에서 장애인의 위치가 달라지고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시선도 바뀐다.
막 내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제기한 의미 있는 각성을 현실화하는 것은 전적으로 수용자와 미디어 종사자의 몫이다. 특수학교를 세워달라는 장애아 부모와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장애인에게 혐오 대신 격려를, 장애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부모가 더는 생기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에 무관심 대신 관심을, 장애인을 흉내 내며 희화화하는 연예인에 대해 웃음 대신 질책을 행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리고 “장애인이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앞당겨졌으면 한다”라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유인식 PD 바람처럼 장애 감수성이 고양된 드라마를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가 더 많이 제작된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신드롬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발현한 작품으로 한국 미디어사에 기록될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국내외 인기의 원인은 장애인과 장애 서사를 다룬 기존 드라마·영화와의 차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인 주인공 드라마인데 절망은 없다는 식의 인간 승리 서사를 부각하지 않고 장애를 가진 인물이 사회 구성원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와 비장애인 주변인들이 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다름을 바라보며 이해해나가는 과정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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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연기를 펼쳐 큰 울림을 준 이소별(왼쪽)씨와 정은혜 캐리커처 화가. |
물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문제도 노출했다. 류승연 작가의 지적처럼 장애인이 스스로 무해하거나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입증해야만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비장애인 중심의 차별 프레임이 드러났다. 자폐라는 장애를 가졌으면서도 비장애인을 압도하는 천재성을 발휘하는 변호사 즉 현실에선 접하기 힘든 최상위 고기능성 자폐 주인공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과 드라마 ‘굿닥터’,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비롯한 장애인 소재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스테레오 타입 캐릭터로 이 또한 장애인의 편견을 조장한다. 비장애인 배우가 장애인을 연기함으로써 리얼리티와 ‘장애인 당사자성’의 한계도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미디어가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뉴스, 다큐멘터리 같은 콘텐츠를 통해 구사하는 장애인에 대한 지배적 이미지와 관습적 서사에 각성의 비수를 날렸다.
그동안 미디어는 장애인을 묘사하면서 다수자인 비장애인의 고정관념을 강화했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켰다. 미디어는 장애인을 ‘인간 이하’ 혹은 ‘인간 이상’으로 재현하면서 장애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기 보다는 동정과 연민의 대상 혹은 혐오와 불편의 존재로 규정하는 타자화를 일삼았다. 드라마를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는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덧씌워진 낙인을 지우고 전환하는 작업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함에도 오히려 편견과 왜곡의 주홍글씨를 더 강력하게 새겼다. 무엇보다 미디어는 우리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장애인을 없는 존재로 철저히 무시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과 같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장애인이 2021년 기준 3만 1000명에 달한 것을 비롯해 발달장애인만 25만 명에 이르는 등 우리 사회에 수많은 장애인이 존재하는데도 미디어에선 장애인은 1년 365일 중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왜곡과 편견 심지어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미디어의 장애인 콘텐츠를 직격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비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회전문이 장애인이 이용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과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수백 명이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장애의 무게입니다” 같은 대사 등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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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과 이광수가 열연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대중이 선호하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 형식을 통해 장애인의 현실과 정체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며 미디어가 방기한 책무를 이행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전부터 일부 드라마와 영화에선 새로운 변화가 보였다. 4월 9일부터 6월 12일까지 방송돼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다운증후군을 가진 발달장애인 정은혜와 청각장애인 이소별이 연기자로 출연해 큰 울림을 주며 드라마의 리얼리티와 진정성, 장애인 당사자성을 배가시키는 한편 장애인 배우의 드라마·영화 진출 확대에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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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굿 닥터>를 미국 ABC에서 리메이크한 <굿 닥터1>. |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를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정의하고 인간의 바람직한 태도와 행동 모델을 제공한다. 미디어 콘텐츠가 재현한 이미지와 서사가 현실의 척도가 되며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인식의 근간을 이룬다. 미디어 콘텐츠가 장애인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회 내에서 장애인의 위치가 달라지고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시선도 바뀐다.
막 내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제기한 의미 있는 각성을 현실화하는 것은 전적으로 수용자와 미디어 종사자의 몫이다. 특수학교를 세워달라는 장애아 부모와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장애인에게 혐오 대신 격려를, 장애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부모가 더는 생기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에 무관심 대신 관심을, 장애인을 흉내 내며 희화화하는 연예인에 대해 웃음 대신 질책을 행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리고 “장애인이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앞당겨졌으면 한다”라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유인식 PD 바람처럼 장애 감수성이 고양된 드라마를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가 더 많이 제작된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신드롬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발현한 작품으로 한국 미디어사에 기록될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