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물 재해 대응 - 김현식 한국수자원공사 영·섬유역본부장
2022년 09월 26일(월) 00:15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설립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례 없는 기후 시스템의 변화와 급격한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유럽·중국·파키스탄 등 지구촌 곳곳에서는 심각한 기상변화를 경험하며 극한 가뭄과 홍수, 폭염과 같은 자연재해로 큰 손해를 입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홍수 피해에 이어 올해 8월에는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고, 최근에는 초강력 태풍 힌남노와 난마돌이 발달하며 남부 지방에 피해를 주는 등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또 다른 양상의 재해도 나타나고 있다. 집중 호우와 가뭄이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자연재해가 한반도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과 중부 지방에서 폭우 피해가 발생하는 동안, 광주·전남 지역은 가뭄으로 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지역의 대표적 수자원 시설 중 하나인 주암댐의 경우 8월 말 기준 가뭄 ‘심각 단계’에 진입하였으며, 현재까지 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최근 초대형 태풍의 영향으로 남부 지방에 강한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암댐 저수율은 약 39% 수준으로 100㎜ 이상의 강우가 더 내려야 가뭄 해소가 가능한 실정이다.

이번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영·섬유역본부는 가뭄 초기부터 환경부, 지자체, 농어촌공사 등 관계 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과 용수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하천 유지 용수, 농업용수와 생활·공업 용수 공급 최적화, 보성강댐과 주암댐, 주암 조절지댐과 수어댐 연계 등 다양한 가뭄 대응 방안들을 마련하였고, 광주·전남 13개 지자체 및 여수·광양 산업단지 입주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물 이용량의 자율 절감도 추진했다. 또한 물 절감 목표 달성시 수도 요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대국민 물 절약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상생 협력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가뭄은 반복되고 장기화하고 있으며 그 피해도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슬기롭고 고도화된 대응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나누고자 한다.

먼저 기존 수원 간 연계 공급 시설의 확충이다. 지역 내에 있는 수원이라 할지라도 국지적인 기상 여건과 물 이용량에 따라 수원의 여유량이 달라질 수 있다. 타 유역과 비교하면 수원 확보가 쉽지 않은 우리 유역에서는 다목적댐과 농업용 저수지 등 기존 수원 시설들 간에 물을 공유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기관 간 협력 네트워킹 및 연계 시설 확충을 통해 탄력적인 수원 활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둘째,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서 고도화된 용수 공급 관리가 필요하다. ‘스마트 물관리 체계’(SWM) 구축 등을 통한 효율적인 유수율 관리로 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하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도 자원이라는 인식 변화와 함께 물 재활용과 같은 자원 이용성 제고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물 관리 기술 고도화와 기반 강화도 수반되어야 한다. 도시 물순환 저영향 개발(LID)을 통한 투수성 포장 확대 및 직접 유출 감소, 디지털 트윈을 접목한 물 관리 기술 발전과 예측 가능한 물 이용 시스템 구축 등 진보된 기술의 접목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로 국가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여수·광양 산단의 경우 해수담수화 시설 등 물 공급 안전성 강화를 위한 대체 수원 검토도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자연의 위험성 앞에서 이제는 그간의 지혜와 노력을 뛰어넘는 더욱 진보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관계 기관과 전문가, 그리고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영·섬유역본부도 그간의 성과를 거울삼아 우리 지역이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이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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