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에 묶인 시장…‘헌 집’ 안 팔려 ‘새 집’ 못 간다
2022년 09월 22일(목) 17:40
광주·전라권 아파트 입주율 7월 81%→8월 74.6%
9월 입주전망지수 광주 42.1·전남 46.1…최저치 기록
매물 쌓이며 광주 집값 지난주보다 0.16% 떨어져

급격히 얼어붙은 부동산경기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신축 아파트에 입주가 지연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광주일보 자료 이미지>

“큰 일 났습니다. 당장 다음 주까지 입주해야 하는데 집이 안 팔려 잔금을 못 치르고 있어요.”

광주시 서구의 한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는 A(여·50)씨는 오는 29일까지인 입주 기간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불과 입주 기간 일주일을 앞두고 있지만 기존 가지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아파트 잔금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A씨는 “기존 집을 보러오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집을 사지는 않는 데다, 집값도 계속 깎으려고 해 쉽게 팔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이제 입주가 얼마 남지 않아 속이 탄다. 집값을 크게 낮춰 팔더라도 매매를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기존 집을 처분하지 못해 속을 태우는 사람은 A씨 뿐 만이 아니다. 같은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는 B씨도 입주를 앞두고 기존 집을 팔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B씨는 “우리 집은 보러 오는 사람도 뜸하다”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놔도 당장 일주일 새 팔기는 힘들 것 같다. 청약 기쁨도 잠시, 지금은 잔금을 치르지 못해 매우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급격히 얼어붙은 부동산경기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신축 아파트에 입주가 지연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급한 마음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처분하기도 하면서 광주지역 아파트 매매가격도 계속해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22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전라권 아파트 입주율은 74.6%로 전월(81.0%)보다 6.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 입주율은 76.8%로 전월(79.6%) 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 미입주 원인은 기존 주택 매각 지연(44.7%)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세입자 미확보(27.7%), 잔금대출 미확보(21.3%) 순이었다.

또 8월 대비 9월 중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전국적으로 69.6에서 47.7로 21.9포인트나 급락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광주의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지난달 65.0에서 이달 42.1로 22.9포인트나 하락,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남 역시 같은 기간 76.4에서 46.1로 30.3포인트나 떨어졌다.

대출규제 안화와 공급확대 계획에도 불구,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게 주택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경기침체와 금리상승 여파가 계속됨에 따라 앞으로 입주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입주율이 하락하면서 광주지역 집값도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2년 9월 3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이달 셋째 주(19일 기준) 광주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에 비해 -0.16% 떨어졌다.

남구(-0.20%)는 방림동과 임암동 위주로, 광산구(-0.16%)는 첨단지구 내 쌍암동 위주로, 동구(-0.16%)는 계림동과 산수동 위주로 하락하며 전반적인 광주 집값의 하락폭이 확대됐다는 게 한국부동산원의 설명이다.

실제 올해 7월 하락세로 돌아선 광주 집값은 지난달 29일까지 -0.05%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달 들어 5일 -0.11%, 12일 -0.13%, 19일 -0.16% 등 하락의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광주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광주지역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기존 아파트를 처분해야 하는 사례는 급증했지만, 금리상승 등 여파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새 아파트 잔금일을 앞두고 기존 집이 팔리지 않자 가격을 낮춰 ‘급매’를 내놓거나, 새 아파트를 분양가 수준 가격으로 전세를 놓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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