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라 ‘노잼’도시, 피워라 ‘꿀잼’도시-임택 광주 동구청장
2022년 09월 07일(수) 02:30
멀리서 광주를 찾은 한 지인은 “광주는 무등산과 5·18을 빼면 딱히 가볼 만한 곳이 없다”면서 “대신에 아파트가 굉장히 많은 것에 놀랐다”고 촌평했다. 톨게이트를 지나는 길손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성벽처럼 둘러싸인 아파트 숲이다. 광주의 아파트 주거 비율이 80%에 달한다니 그럴 수밖에.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조차도 솟아오른 아파트 틈새로 겨우 보일 지경이니 지인의 평가를 부정하기도 어렵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광주를 ‘전국 3대 노잼(재미가 전혀 없음) 도시’로 부른다고 한다. 놀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말이면 뮤지컬·콘서트를 보거나 놀이공원엘 가기 위해 수도권으로 원정을 떠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하니 이 또한 광주의 비애다.

민선 7·8기 동구청장으로서 꼭 하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바로 ‘노잼 도시’의 오명을 벗는 것이다. 영국 시인 새뮤얼 존슨은 “런던이 지루하면 삶이 지루한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 살기 좋은 도시는 살수록 그리움이 깊어지고 정주민들과의 교감을 통해 끊임없이 변신해야 한다는 말이겠다. 둘러볼수록 매력이 넘치고 다이내믹한 도시는 젊은이들에게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불어 넣어 주고 외지 방문객들에게도 하루쯤 묵어가고 싶은 유혹을 선사한다.

진보는 ‘선언’이 아니라 ‘성찰’에 있다고 믿기에 원인을 따져 보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각 부서 공무원들과 둘러앉아 난상 토론을 벌였다. ‘꿀잼(매우 재미 있음) 도시’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집단지성의 결론은 명쾌했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감성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신선하면서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들로.

그렇게 탄생한 1호 작품이 바로 ‘빛의 분수대’다. 아시다시피 5·18 민주광장 분수대는 1980년 당시 광주시민들의 민족·민주화 성회 장소로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그날의 시민들이 우리들에게 물려준 ‘민주주의’라는 빛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자유·인권·평화의 정신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것이 바로 ‘빛의 분수대’다. 빛의 분수대에서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15분부터 약 40분간 미디어아트 정기 공연이 상연된다. ‘빛의 분수’ ‘밝은 미래’라는 이름의 시그니처 공연과 바닥 인터렉션 맵핑 영상으로 구성되어 벌써 1만여 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명동에는 ‘동구 인문학당’과 ‘여행자의 집(ZIP)’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인문학당은 어린왕자 특별전, 포엠 콘서트, 다락방 음악여행 등 눈길 끄는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이 즐겨 찾는 ‘인문 사랑방’으로 단숨에 거듭났다. 1954년 건립된 근대 가옥을 리모델링한 인문학당은 양식·일식·한식 세 가지 건축양식을 일별할 수 있어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동명동 카페거리 한복판에 문을 연 ‘여행자의 집’은 광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관광안내소 겸 충전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7월 개관 이후 한 달 만에 5천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광주 여행의 출발점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 밖에도 동구는 2026년까지 5년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원에 ‘빛의 읍성’을 구현하는 등 연차별로 ‘빛의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더불어 무등산 인근에 가족 중심 생태교육 테마파크 조성과 옛 신양파크 부지 개발을 앞둔 지산유원지를 삼각 축으로 연결해 찾고 싶은 도심 관광거점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의 부재는 광주의 행정가와 정치인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역의 관광 자원은 그 도시에 사는 지역민들이 먼저 아끼고 사랑할 때 외부에 내세울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낼모레면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다. 추석 연휴 가족 지인들과 함께 모처럼 시내 나들이를 나와 보시길 권한다. 새롭게 단장한 ‘빛의 분수대’도 둘러보시고 상추 튀김과 보리밥 정식으로 배도 채우며 깊어 가는 가을에 광주의 매력을 새삼 느끼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바란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