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도시’로 공간의 영역을 허물다] 광주·전남을 도심항공교통 허브로…지역 미래가치 향상
2022년 09월 06일(화) 22:00
AI 로봇·하늘을 나는 자동차
상상만 했던 가상세계가 현실로
평면 넘어 공중·지하 적극 활용
일본 오오하시 입체도시 사례 눈길
최근 도심항공모빌리티 등장 예고
도로·철도 등 교통인프라 부족 전남

현대자동차 도심항공모빌리티 시스템 구상도. <출처: 현대자동차>

SF영화의 단골 소재인 인공지능 로봇,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우리의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6세대(6G) 이동통신 시대로 접어들면서 도시 내에서는 자율주행, 도심항공 등의 교통체계로 새롭게 변화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가상 세계 속 현실이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더욱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며, 초현실 미래도시가 펼쳐질 것이다.

1900년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초고층 시대가 열렸다. 20세기 초 인류가 세운 초고층 빌딩은시대정신을 구현하였다. 특히 예술가와 영화 제작자들이 표현한 미래 도시 모습은 현재 나타난 현실과 괴리된 모습은 아니었다. 높은 건물을 연결해 주는 공중 위의 다리, 초고층 빌딩 사이로 느껴지는 분주함, 거대한 비행선 등이 현대를 정의했다. 이같은 풍경은 뉴욕이라는 도시를 유기체들의 집합체처럼 느끼게 해준다.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 열정이 식지 않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현대를 정의했다.

그 당시 초고층 빌딩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엘리베이터의 등장이다. 엘리베이터 등장 이전까지는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되는 낮은 층이나 층수가 낮은 건물들이 최고로 여겨졌지만 엘리베이터가 등장한 기점으로 전망 좋은 고층이 최고 인기 층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처럼 엘리베이터의 등장은 전 세계 도시의 풍경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다시 말해 엘리베이터는 도시공간을 바꾼 획기적인 발명품이라 할 수 있다.

뉴욕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첨탑의 용도는 비행선의 계류장으로 사용하는것이었다. 비행선을 타고 유럽에서 대서양을 횡단,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내린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뉴욕 도심을 여행하려는 계획이었다. 건물 꼭대기를 이용해 공항의 기능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상상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람으로 인해 비행체를 정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비행 착륙 시도는 딱 한 번의 이벤트로 끝이 났다.

도심에 도심항공모빌리티 시스템 구상도. <출처: MVRDV-Airbus UAM,https://www.mvrdv.nl/projects/421/airbus-uam>
◇도심항공 모빌리티 미래 교통수단 각광

최근 도심항공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1900년대 상상했던 미래 도시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서는 2025년부터 도심항공 시스템이 두 곳의 터미널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터미널을 2개에서 10개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하늘 위에서 택시 서비스가 구현될 것이다. 도심 항공 UAM은 도심뿐만 아니라 지역과 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도심에서의 교통 혼잡으로부터의 해방 및 응급 의료 후송 등의 높은 활용도가 높아 기대되는 미래 교통수단이다. 이러한 인프라가 활성화되려면 우선 접근이 용이한 도심 공간 내에 수직 이착륙 비행장(Vertiport), 충전소(Vertihub) 등의 인프라를 구축할 때 기존 건축과 협력, 입체적으로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이착륙 공간은 도심의 병원, 환승 시설과의 연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념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도시공간에 입체도시계획 개념이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도시공간은 평면적으로 도시계획시설과 비도시계획시설로 구분된다. 도시계획시설은 공공의 영역으로 도시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도로, 공원, 학교 등을 포함하며 그 외의 주거, 상업 시설 등은 민간의 영역이다.

입체 도시공간에는 수직적인 운송 수단인 엘리베이터, 계단 등 다양한 입체 수송 수단이 발달돼 수직적인 공간 이동을 하며 그 안에서 인간관계나 기업 활동이 이뤄진다. 최근에는 철도부지나 버스터미널 부지 위에 백화점, 문화시설, 주거 등의 공공시설과 민간시설이 혼합된 복합 건물의 형태로 도시 공간을조성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와같이 공공 공간과 사적 공간의 영역이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중간영역에 대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우가 나타난다.

앞으로 도심항공모빌리티의 대표적인 공간인 착륙장은 공동주택, 주유소, 백화점, 병원 등 민간 영역에 조성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형태의 복합화된 용도는 공간의 이용과 활동을 활성화시키고 토지이용계획 측면에서도 합리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공공과 민간의 새로운 갈등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체도시계획이 필요하다. 입체도시계획은 ‘기존의 평면적으로 관리된 도시계획에서 벗어나 공중 또는 지하의 공간을 이용해 3차원의 입체적 도시공간으로 계획하는 기법을 의미하고, 도시계획시설과 서로 다른 용도가 지정 가능한 것 을 말한다.

입체도시계획이 도시공간에 적용된다면 공공의 영역과 민간의 영역에 대한 장벽이 허물어지고 창의적인 도시 공간을 조성 할 수 있다. 복합적으로 계획한 입체도시를 통해 하부에 주요 교통로를 포함한 인공지반의 보행자 전용도로와 자동차 동선을 분리시키고, 상업시설과 초고층 건축물 사이로 도심항공들이 이동하는 미래 지향적인 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

1900년대 영화 제작자들이 상상한 미래도시. <출처:Keith de Lellis Gallery “New York: A Bird‘s-Eye View”>
◇지자체, 민간 협력 통해 인프라 구축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일본 오오하시 잇쵸메 정비사업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오오하시 지구 재개발 사업 위치는 도쿄를 대표하는 부도심인 시부야에서 1.5km 떨어진 곳이다. 주요 도심인 이케부쿠로, 신주쿠, 시부야 등의 만성적인 혼잡을 완화하기 위하여 수도고속도로(외곽순환도로)와 내부순환도로를 부도심과 연결, 교통을 분산하기 위한 도로에 루프형 램프를 교차시켜야 하는 위치다. 오오하시 지구는 폭이 좁은 도로, 공원 녹지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재개발 지구였다.

또한 사업 대상지는 제2종 시가지재개발 사업 지구로 면적은 약 3.8ha이고 지구 계획에 있어서 도시 고속도로 연결 램프를 구역의 일부 재개발 사업에 해당하는 민간 토지를 이용하는 입체도시계획 기법이 적용되었다. 사업 진행을 위해 도로 정비의 조기 실현, 지역 분단 해소라는 명분을 적극 활용했다. 실제 사업을 시행하면서 부족한 면적은 민간 토지를 구분 지상권의 형태로 추가 확보,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하였다.

가장 큰 특징은 민간협력 방식을 통해 도로와 재개발을 동시에 진행, 빠른 시간 내에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또한 지구 계획부터 입체 도로 제도를 적용하고 이 제도를 활용해 각종 규제를 완화시키고 행정의 유연한 발상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사업부지의 유효 활용뿐만 아니라 도로개발 및 재개발 측면 모두 사업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또한, 연결램프는 전체가 복개돼 상부는 입체공원으로서 오픈스페이스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공원은 지상 약 15~34m 높이에 있으며 폭 약 18~26m, 연장 약 400m의 공간을 활용해 도시 공원의 기능을 한다. 더불어 도시형 주택(약 900호) 두 개 동 및 오픈 스페이스(옥상 공원, 지상 광장 3개소), 상업 시설(슈퍼마켓), 공공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정비해 주변과 연속성을 가지는 도시 환경이 배려된 지역개발의 모델로 자리잡았다.

오오하시 잇쵸메 정비사업.
이런한 사업방식은 선도적인 사업모델이라 할 수 있지만 국내 여건에서는 이처럼 창의적인 사업들이 진행되기에는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성 이후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며, 도시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이와 같은 사업모델 방식은 도시계획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전남은 타 지역에 비해 도로, 철도와 같은 교통 인프라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 간 거리에 대한 소통이 부재하고 섬들이 많아 공간적인 연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체도시계획을 통해 도심 항공 모빌리티와 같은 저고도 단거리 항공운송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 불균형 문제의 해결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적 대안이 될 것이다.

몇 년후면 본격적으로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하늘을 달리는 차를 눈앞에서 보게 될 것이다. 일명 플라잉카를 지역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수단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입체도시계획을 활성화할 수 있는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광주전남 지역에 입체도시계획을 적용한 도심항공교통의 허브로 조성한다면 지역의 미래가치는 향상될 것이다.

홍석호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동대학원졸업

현 국립목포대학교 도시및지역개발학과 교수

현 국토교통부 중앙건축위원

현 한국공항공사 기술위원

현 전라남도 도시계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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