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태풍-송기동 예향부장
2022년 09월 06일(화) 01:00
“기자가 그곳을 찾았을 때는 동리(洞里) 모습이 아주 딴판이었으며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바위 위에 앉아서 그저 하늘만 우러러보는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전남일보(광주일보 전신) 1959년 9월 22일자에 실린 기사 중 일부이다. 당시 취재기자는 대형 태풍 ‘사라’ 내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를 돌아본 후 ‘앙천통곡(仰天痛哭)하는 도민들’이라는 제목의 르포 기사를 썼다. 추석(9월 17일)을 전후한 시기에 전국을 강타해 워낙 큰 피해를 입힌 태풍 ‘사라’에 대한 기억은 노년 세대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개인적으로는 취재 현장에서 겪은 여러 태풍 가운데 1995년 7월 말 발생한 태풍 ‘페이’가 기억에 남아 있다. 경남 남해군으로 상륙한 태풍은 강한 비바람을 동반(최대 순간 풍속 초속 46.6m)해 여수 일원에 큰 피해를 입혔다. 오동도 방파제를 따라 빠져나오던 승합차가 파도에 휩쓸리며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게다가 14만t급 유조선 ‘씨프린스호’가 여수시 남면 소리도 앞 암초에 부딪혀 벙커C유와 원유를 유출했다. 이로 인해 인근 가두리 양식장과 섬 해변이 온통 시꺼먼 기름들로 뒤덮이는 환경 참사로 이어졌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오전 7시께 남해안에 도달하며 전국이 초비상 상황이다. 제주대 태풍연구소에 따르면 30년 평균(1986년~2015년) 7·8월에 발생한 태풍은 평균 3.7, 5.4개, 9·10월 발생한 태풍은 5.1, 3.5개이다. 한반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들 역시 주로 가을 태풍이었다. ‘사라’(1959년 9월 15~18일)를 비롯해 ‘루사’(2002년 8월 30~9월 1일), ‘매미’(2003년 9월 12~13일)가 대표적이다.

날씨는 ‘변화무쌍’(變化無雙)하다. 적도에서 발생해 북상하는 태풍의 진로를 정확하게 예측한다 해도 뒤따르는 인명·재산 피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집중호우와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끔 철저한 재난대응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태풍 ‘힌남노’가 추석을 앞둔 모든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큰 탈 없이 지나가기를 바란다.

/song@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