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게 힐링을 주는 광주천-조귀임 전 초등학교 교사
2022년 09월 02일(금) 00:45
천변 길섶엔 야생화들과 강아지풀, 이름 모를 들꽃들이 풋풋하게 피어 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청아한 물소리, 이 가지 저 가지 넘나들며 목청껏 노래하는 까치 한 쌍의 재잘거림이 정겹다. 아스파라거스의 그늘이 실바람과 함께 이마의 땀을 식혀 준다. 천변 길엔 플라타너스, 느티나무, 때죽나무, 헛개나무, 팽나무, 수양버들, 뽕나무가 주류를 이룬다. 햇살이 드세어 인도를 벗어나 구석진 흙길로 걷는데 간밤에 뿌린 비에 바닥이 촉촉하다.

봄부터 여름까지 온 들녘을 수놓는 큰금계국이 샛노란 꽃물결을 이루고 있다. 나는 걸음걸이가 빨라져 그 앞에서 반갑게 인사한다. 가늘고 긴 꽃대에 꽃 모양도 코스모스처럼 생겼고, 소담한 노란 꽃잎은 바람에 살랑거릴 때마다 미소를 머금게 한다. 꽃잎 모양이 꿩과 관상용 새인 금계의 볏을 닮았다고 해서 금계국이라고 한다. 여름의 시작과 함께 6~8월 동네공원이나 길가 공원에서 피는 여름의 대세 꽃이다. 키는 40㎝~1m, 선형의 가는 잎이 달렸고 꽃말은 ‘상쾌한 기분’이다.

연일 쏟아진 폭우로 냇물이 불어나 징검다리를 넘어 흙탕물이 세차게 흘러간다. 그 바람에 백로랑 왜가리가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없어 안쓰럽고 짠하다. 물속 바위 위에 올라서서 입맛만 꼴깍꼴깍 다신다. 붕어도 물속에 바글바글한데 고기 잡는 기술이 부족한지 먹이 먹는 모습은 가뭄에 콩 나 듯하다. 물속에 팔뚝만 한 잉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물속이 답답한지 수면 위로 자주 고개를 내밀고 온몸으로 요동을 친다.

천변 길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젊은이들, 어린아이 손 잡고 거니는 엄마 아빠, 강아지를 몰고 다니는 젊은 남녀들, 시원한 다리 밑에 모여서 정담을 나누는 할머니들, 운동하는 사람, 시장 바구니를 끌고가는 사람, 야외 학습 나온 유치원생과 어린이집 아이들, 쓰레기 줍는 환경단체 직원들, 보수작업하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천변을 오가다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얌체족도 있다. 자기 집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담아와서 구석에다 살짝 놓고 가는 사람,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휙 던져 버리는 사람, 간식과 음료수를 먹고 빈 컵과 빈 용기를 볼품사납게 던져 놓고 간 사람 등등 모두가 양심을 버린 사람들이다. 반면에 반려견의 배설물을 말끔히 치우는 깔끔한 길손도 있다. 할머니가 징검다리를 건너실 땐 달려가서 부축해 주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공원 다리 아래 널찍한 바윗돌에는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들이 항상 앉아 계시는데 내가 다가가서 인사말을 건네면 어린애마냥 좋아하시면서 옆자리에 앉으라고 하시고 “어디 사느냐, 몇 살이냐?” 하고 물으신다. 이동하실 땐 부축도 해 드리고 집에서 가져온 마스크를 챙겨드렸다.

광주시청과 남구청의 노력으로 천변에 무성히 자란 풀이 제초 작업으로 말끔하게 단장되고 축 늘어진 나뭇가지도 잘라내어 산뜻하고 청량감이 든다. 천변로 보수 작업으로 찜통더위에 구슬땀을 흘리며 수고해 주신 분들의 노고와 정성 덕분이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천변로가 말끔히 단장되면 걷기가 한결 편할 것이다. 삶의 위안과 힘을 얻는 천변 산책으로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활기차고 경쾌하다. 힐링의 힘을 주는 광주천에서 만병통치약인 올바른 걷기로 건강도 지키고 광주천을 사랑하는 마음도 항상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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