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 부끄럽다” … 이기고도 고개 숙인 광주FC 이정효 감독
2022년 08월 28일(일) 21:25
K리그2, 부산에 1-0 신승
“좋은 경기력 보여주지 못해”

광주FC 선수들이 지난 27일 부산아이파크와의 홈경기에서 엄지성(16번)이 선제골을 기록하자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부끄럽다. 괜찮았던 부분은 없는 것 같다. 팬들에게 죄송하다.”

광주FC 이정효 감독이 지난 27일 부산아이파크와의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깊이 숙였다.

얼핏 보기에는 ‘패장’의 인터뷰 같지만 이날 광주는 홈에서 진행된 35라운드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11경기 연속 무패행진 속에 20승에 선착했다.

‘승장’ 이정효 감독을 자책하게 만든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전반전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광주는 전반 5분 광주 이희균의 오른발 슈팅을 시작으로 공세에 나섰다. 전반 28분에는 프리킥 상황에서 산드로가 나서 오른발로 직접 슈팅을 선보였다. 상대 골키퍼 구상민에게 막혔지만 위력적인 슈팅이었다.

전반 32분에는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이상기의 패스를 받은 헤이스가 페널티지역에서 김상준에게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는 엄지성이 섰다. 앞선 서울이랜드 원정에서는 엄지성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헤이스가 키커로 나서 시즌 10번째 골을 기록했었다.

“다음에 페널티킥을 얻으면 양보하겠다”고 말했던 헤이스는 약속대로 엄지성에게 득점 기회를 넘겼다. 엄지성은 침착하게 오른발로 부산 골대를 가르면서 광주의 선제골을 장식했다.

후반 42분에는 상대의 ‘퇴장’이라는 호재도 나왔다. 부산 박정인이 엄지성의 발목에 직접 태클을 했고 비디오 판독 결과 옐로카드가 레드카드로 바뀌었다.

앞선 서울이랜드전 4-0 승리를 이어 이번에도 기분 좋은 대승을 만드는 것 같았지만 결과는 1-0 신승이었다.

추가골 사냥에 실패하면서 후반 중반 이후에는 여러 차례 위기도 있었다.

후반 25분 황준호의 머리, 43분에는 어정원의 왼발이 광주의 골대를 노렸다. 후반 막판에는 에드워즈와 조위제가 위력적인 슈팅으로 광주를 위협했다.

무실점으로 경기가 끝났지만 최하위 부산을 상대로 한 아쉬웠던 승리.

부산 박진섭 감독은 “어려운 경기였다. 퇴장당한 선수가 있었고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잘 버텨줬다. 오늘 같은 경기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단단해지는 경기가 되면 좋겠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원정에서 충분히 잘 싸워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리를 이끈 이정효 감독은 오히려 “전반·후반전 경기력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 감독으로서 부끄러운 승리인 것 같다. 많이 부끄럽다”며 “홈팬들 많이 찾아와주셨는데 이런 경기를 보고 싶어서 찾아오시는 게 아니다. 팬분들한테 정말 죄송하다. 내 책임이니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반성했다.

이 감독은 이날 김종우를 중심으로 전술을 구사하며, 포백 카드를 들고 나왔다. 김종우는 공수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대에 부응했지만 후반전이 문제였다.

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안영규 대신 김재봉을 투입했다. 2분 뒤에는 전반전 발목 태클을 당했던 엄지성을 빼고 하승운을 그라운드에 올렸다. 후반 21분에는 이희균·김종우를 대신해 허율과 박한빈을 투입했다. 후반 32분에는 이상기가 나오고 이으뜸이 들어갔다.

교체 카드로 후반전 총공세를 펼칠 계획이었지만 공수에서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이 감독은 “후반전 경기력이 문제였다. (상대) 퇴장 이후 경기력과 태도를 선수들에게 말할 생각이다. 교체해 들어간 선수들도 내용이 좋지 못했다. 다른 축구를 해야 했는데 볼만 쫓아다니고, 생각 없이 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질책했다.

또 “괜찮았던 부분은 없었다. 선수들에게 실망 많이 했다. 결과가 좋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보완해야 할 점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야 한다”며 “(다음 경기인) 부천전의 경우 FA컵에서 졌었다. 이번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서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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