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 날’에 생각하는 에너지 전환-윤희철 광주에너지전환네트워크 운영위원장
2022년 08월 22일(월) 00:15
최근 들어 ‘기후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폭염과 홍수가 발생하면서 몸으로 체감하고, 뉴스를 들어도, 신문을 봐도 하루에 몇 번은 듣는다. 심지어 ‘탄소 중립’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말도 이미 상식이 되었다. 광주는 2045년까지 탄소 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현재 계획을 세워 각종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우리는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부 시민들은 정부나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못박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온실가스의 증가는 거의 대부분 에너지에서 나온다. 흔히 온실가스 배출을 말할 때 수송·건물·산업 등으로 구분해 설명하지만, 도시 지역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모두 석탄·석유·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가 원인이다. 전기도 화력발전소에서 나오고, 석유와 천연가스도 자동차와 난방에서 사용된다. 결국 에너지원을 바꾸면 탄소 중립은 자연스레 이뤄진다.

하지만 답답한 현실이 펼쳐진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빠져 에너지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재생 에너지에 엄청난 편견과 오해를 갖고 있다. 건물의 빛 반사가 있어 도시에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빛 반사는 없다. 빛 반사가 있었다면 인천공항 2청사를 지을 때 지붕 전체에 태양광 패널을 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자파가 심해 건강을 해친다고 하지만, 태양광 패널에는 전자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태양광 발전소를 세울 때 설치하는 인버터에서 일부 전자파가 발생하지만, 나오는 수준도 LCD 텔레비전 수준에 불과하다. 그마저 건강이 걱정된다면 생활 반경에서 멀리 떨어트려 설치하면 된다. 중금속 문제도 말한다. 20년 전 초창기 태양광 기술이 아직 발전하지 못하던 시기에 나타난 문제다. 지금은 개선되어 원재료도 ‘모래’를 주성분으로 한다.

물론 산비탈에 세워 경관을 망치고, 농지에 무분별하게 설치하는 태양광 패널은 문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도시 지역인 광주의 탄소 중립을 말하고 있다. 당연히 도시는 막대한 에너지 소비의 중심지이다. 도시의 에너지원을 바꿔야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 정책도 흔들리고 있다. 탄소 중립의 중심으로 재생 에너지를 고려하다가, 윤석열 정부는 기조를 바꿔 전체 에너지원에서 원전을 27%에서 30%로 증가하도록 했다. 이는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다. 당장 계획 중인 신한울 3·4호기 역시 2030년까지 건설 완료는 어렵다. 그렇다면 현 정부가 말하는 원전 비중 확대는 그저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반면에 세계는 지금 재생 에너지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유엔 지속가능 발전 목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원 구성에서 재생 에너지 비율을 상당히 증대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통한 기후 위기 대응을 그동안 이야기했던 빌 게이츠도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재생 에너지, 태양광, 풍력 등이다”라고 주장한다.

재생 에너지에 집중적인 노력과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광주가 몇 년 전 야심차게 수립한 탄소 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2045년에 달성하겠다는 광주의 그림은 그저 상상 속 이야기에 그칠 뿐이다.

오늘(8월 22일)은 ‘에너지의 날’이다. 이날은 국가 기념일이 아니다. 2003년 8월 22일 최대 전력 소비(4598만㎾)를 기록한 날을 계기로 기후변화와 에너지 절약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 확산을 위해 ‘에너지시민연대’를 중심으로 지정한 날이다.

에너지원을 바꾸지 않으면서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을 말하는 것은 헛된 구호에 그친다. 당장 정부나 기업에도 변화를 요구해야 하지만, 광주라는 도시에 사는 우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주택 태양광, 베란다 태양광, 도시형 풍력, 지열 난방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더욱 가열차게 실천해야 한다. 우리가 떳떳하게 미래 세대에게 우리의 노력을 말하려면 우리 세대의 문제는 현재 우리가 끝내야 한다. 현재의 기후 위기 극복은 에너지 전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의 생각과 인식의 전환이 새롭게 시작되는 ‘에너지의 날’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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