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책 환경과 지자체의 남북 교류 협력-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통일학연구소 소장
2022년 08월 17일(수) 00:15
지난 7월 민선 8기 지방 정부가 출범했다. 보수적인 중앙정부의 정책 환경에서 지방의 남북교류협력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7월 말 대통령실 통일부 첫 업무 보고에서 비전과 원칙 그리고 5대 핵심 추진 과제가 보고되어 공개되었다. △남북대화 재개 시 교류협력을 추진할 것 △인도적 협력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하며 보건의료 협력을 확대할 것 △사회문화 교류는 적극 추진하며, 우선 산림·식수·위생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또한 언론·출판·방송을 단계적으로 개방할 것 등 남북 관계 개선에 매우 고무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과거의 남북합의를 계승한다는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6·15 선언 및 10·4 합의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는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선언이라는 남북 정상 간 합의가 있었다. 통일부의 대통령실 보고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과거의 일이지만 2008년 정권 교체 직후 3월 말 통일부 업무 보고에서 6·15와 10·4 계승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어서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한 사례가 있다. 당시 4월 1일자 로동신문에서 이명박 정부는 6·15와 10·4를 전면 부정하고 “그 리행을 가로막아 나서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당시 김하중 장관은 “남북 관계는 북핵 문제 진전 상황을 보아가면서 발전의 속도와 폭, 추진 방식을 조절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는데, 지난달 통일부의 업무 보고에서는 ‘남북 대화 재개 시’ 협력을 진행한다고 언급하였다. 과연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 번째는 정책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정책을 전개했다. 그러나 남북 관계는 매우 악화되었고 대화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적극적인 남북교류 내용을 담은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남북 관계의 진전은 없었다. 즉 문서로서 좋은 정책을 발표한다고 해도 ‘북한 탓’만하면서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 역시 업무 보고를 통해 남북교류협력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실행 의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남북대화 재개 시’라는 전제는 남북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질 수 있다.

민선 8기 선거 결과는 지난 7기와 비교할 때 정치 지형이 거꾸로 뒤바뀌었다. 7기에서 민주당 광역단체장이 14명이었는데 8기에서는 민주당 5명, 국민의 힘이 12명이다. 보수 정당 광역단체장이 대다수인 만큼 지방정부 남북교류에도 부정적일 것이란 의견들이 적지 않다. 물론 과거 경상남도의 경우 보수 정당 도지사가 통일 딸기 사업과 소학교 건립 사업을 적극 지원하였고, 김해~평양 노선 직항기를 타고 평양을 방문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당시는 민주당 노무현 정부 시대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따라서 향후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남북대화가 재개될 시’ 추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현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5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준비해 나간다면 그 가능성은 조금 더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의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방정부의 의지는 더욱 중요할 것이다.

또한 여전히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도발을 지속하던 북한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할 것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가. 따라서 상황별·단계별 여러 측면에서 향후의 남북교류 사업들을 계획하고 대비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여주기식 일회성 사업을 지양하고 우리 지역의 실리도 추구하면서 남북이 서로 상생 번영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들을 개발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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