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시인의 시선-오성인 시인
2022년 08월 09일(화) 02:00 가가
지난 5월 제주에 살고 있는 네 명의 시인들이 앤솔러지(anthology) ‘시골 시인-J’(걷는사람, 2022)를 출간해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 문화예술까지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는 가운데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수준 높은 문학 작품을 감상하고 향유할 수 있다’는 취지 아래 시작한 ‘시골 시인 릴레이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경상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권상진(경주), 권수진(창원), 서형국(고성), 석민재(하동), 이필(영주), 유승영(진주) 여섯 시인이 ‘시골 시인-K’(걷는사람, 2021)로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제주로 바통을 넘긴 지 4개월 만에 나온 결실이었다. 제주와 제주 이외의 지역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아가는 허유미, 고주희, 김애리샤, 김효선 네 명의 시인들은 각자의 시선, 호흡, 어법으로 끊임없이 삶을 성찰·모색하고 새로운 감각을 이끌어낸다. ‘시골’이라는 말이 붙었지만 전혀 시골스럽지 않은, 시골 시인들의 몸짓과 목소리가 시집을 읽는 내내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한마음, 한목소리로 서울 중심 문단에 맞서는 이들 시인들의 행보가 사뭇 부러웠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의 문학 현실은 과연 어떤가. 예향인 광주·전남은 예로부터 수많은 문인, 화가, 명창들을 배출했다. 특히 조운, 박화성, 김우진, 박용철, 김영랑, 김현구, 김현승, 김남주, 김준태, 고정희, 박봉우, 이성부, 조태일, 최하림, 한승원, 문병란, 문순태, 황지우, 고재종, 곽재구, 김선태, 이대흠, 박상률, 임철우, 공선옥, 한강 등 근·현대 작가들만 해도 그 수와 명성이 쟁쟁하다.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최근에는 젊은 작가들도 대거 등단해 전통을 잇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지역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소위 ‘유명성’에 기대어 사사로이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일부 서점 운영자들과 도서관 대표, 그리고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상주 작가들에게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이들이 지역 작가들을 반드시 챙기고 조명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지역 작가들을 등한시하면서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꾀하는 것은 모순이다.
홍보가 부족하다. 다른 공연, 전시 소식들과 함께 새로 출간된 도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서울 지역 언론에 비해 우리 지역은 매우 미흡하다. 작가나 출판사로부터 보도 자료들을 건네받을 경우에만 간단한 형태로 보도가 나간다. 그나마도 고맙고 다행한데 TV나 라디오 매체는 일절 이러한 노력조차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대중의 관심이 특정 장르로 편중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한다. ‘오월이라는 키워드에만 갇혀 있지 말자’는 의견은 광주 정신의 핵심인 민중과 인권을 기반으로 정신 영역을 넓히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그 의미를 곡해하는 이들은 “오월을 잊자는 것이냐” “변절자”라며 배척하기만 급급하니 안타깝다. 진정한 광주의 문학이란 결코 광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당장 인권과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고 있는 미얀마에서부터 전쟁으로 혼돈에 휩싸인 우크라이나와 넓게는 인류에 의해 일방적인 훼손과 파괴를 거듭해 겪고 있는 지구와 우주 공간까지 정신과 가치가 닿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 매체를 중심으로 관련 담론을 지속적으로 형성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 창작 공간의 부족이나 기성 문인들의 이유를 불문한 갑질 등이 창작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와 같은 우려와 불신을 상쇄하는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꾸준히 일고 있어 다행이다. 고성만·이재연·황형철·박은영·백애송·김미소·이다희(이상 시), 김동하(본명: 김용태, 소설), 조경희(동화), 권지애(희곡), 이소(본명 김민교)·양진호(평론) 등이 지역 문학의 혁신과 제고를 위해 숨 쉴 틈 없이 자아와 다투고 온몸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 광주·전남의 문학이 겪는 어제오늘의 통증이 찬란한 내일을 위한 통과의례의 과정이라 믿는다.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한다. ‘오월이라는 키워드에만 갇혀 있지 말자’는 의견은 광주 정신의 핵심인 민중과 인권을 기반으로 정신 영역을 넓히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그 의미를 곡해하는 이들은 “오월을 잊자는 것이냐” “변절자”라며 배척하기만 급급하니 안타깝다. 진정한 광주의 문학이란 결코 광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당장 인권과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고 있는 미얀마에서부터 전쟁으로 혼돈에 휩싸인 우크라이나와 넓게는 인류에 의해 일방적인 훼손과 파괴를 거듭해 겪고 있는 지구와 우주 공간까지 정신과 가치가 닿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 매체를 중심으로 관련 담론을 지속적으로 형성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 창작 공간의 부족이나 기성 문인들의 이유를 불문한 갑질 등이 창작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와 같은 우려와 불신을 상쇄하는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꾸준히 일고 있어 다행이다. 고성만·이재연·황형철·박은영·백애송·김미소·이다희(이상 시), 김동하(본명: 김용태, 소설), 조경희(동화), 권지애(희곡), 이소(본명 김민교)·양진호(평론) 등이 지역 문학의 혁신과 제고를 위해 숨 쉴 틈 없이 자아와 다투고 온몸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 광주·전남의 문학이 겪는 어제오늘의 통증이 찬란한 내일을 위한 통과의례의 과정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