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따라 집값 달라진다…광주 아파트 ‘개명’ 바람
2022년 08월 04일(목) 18:50
5개 자치구 건축물 표시 변경 0건→4건→올해 4건
입주자 동의 받아 브랜드 변경…가치 상승 노려

광주지역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올해 들어 4건의 건축물 표시변경(공동주택 명칭변경)이 이뤄졌다. 광주 한 아파트 단지 전경.<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지역 아파트 단지들이 이름을 바꾸는 ‘개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와 이름에 따라 주택의 가격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아파트 명칭에 대한 입주민들의 관심이 뜨거워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일 광주지역 5개 자치구에 따르면 건축물 표시변경(공동주택 명칭변경) 사례는 2년 전인 2020년 단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총 4건의 명칭 변경이 처리됐고, 올해도 이날 현재까지 4개 단지의 명칭이 바뀌었다.

공동주택 명칭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소유권자의 80% 이상이 동의해야 하고, 외벽의 이름 등 변경한 명칭에 부합하는 실체적·유형적 변경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공사의 브랜드 명칭을 사용할 경우 시공사의 승인을 받으면 명칭을 변경할 수 있다. 이후 관할 지자체에 건축물 표시 변경을 신청하면 된다. 다만 타인의 권리·이익을 침해할 여지가 있으면 허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지난해 광산구에 위치한 ‘하남부영애시앙 1차’는 지난해 ‘산정셀트리움’으로 이름을 바꿨고, 북구 ‘신안한국하이빌’은 ‘신안한국아델리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남구에 소재한 ‘주월동 이지더원아파트’ 3단지와 2단지도 각각 지난해와 올해 초 ‘봉선 이지더원’ 3단지와 2단지로 명칭을 변경해 남구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해당 아파트는 지어질 당시 행정구역이 주월동이었으나, 행정구역 개편으로 봉선동으로 편입되면서 입주민들이 명칭 변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구역과 단지 명칭에 괴리가 생기면서 혼선을 불러올 수 있어 명칭을 변경했으나,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단지가 ‘광주의 강남’이라 불리는 봉선동을 아파트 이름에 표기하면서 가치 상승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전경.<광주일보 자료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휴먼시아나 천년나무 등 기존 공공주택 브랜드 명칭을 빼고 시공사 브랜드 등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남구 행암동 ‘효천LH천년나무’ 3단지와 4단지는 지난 6월 ‘효천 남해오네뜨’ 1단지와 2단지로 아예 이름을 바꿨다. LH의 브랜드 천년나무 대신 시공 주관사의 이름을 따 아파트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앞서 남구 ‘광주백운1 휴먼시아’도 지난해 1월 ‘루엔시티’로 이름을 바꿨다.

이밖에 서구 ‘양동휴먼시아’는 최근 아파트 외관을 새롭게 도색하면서 단지 이름을 ‘센트럴뷰’로 바꿨다. 해당 단지는 최근 광주시 서구에 공동주택 명칭변경을 문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구에 있는 ‘방림휴먼시아’도 ‘무등산 센트럴파크’로 명칭을 변경하기 위한 절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에 위치해 교통여건 등이 좋으면 ‘센트럴’, 조망은 ‘뷰’, 공원과 산책로 등 이른바 ‘공세권’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한 ‘파크’ 등으로 단지의 명칭을 적극 변경하는 분위기다.

또 지난해 입주한 ‘임동 중흥 S클래스 고운 라피네’도 최근 기존 단지명에 있던 ‘고운 라피네’를 빼고 ‘임동 중흥 S클래스 센텀파크’로 이름을 바꾸는 것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오는 9월 말 입주를 시작하는 ‘무등산 자이&어울림’은 입주 전임에도 예비입주자들의 동의를 받으며 ‘무등산자이&리첸시아’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금호건설이 기존 브랜드인 ‘어울림’에서 최근 ‘리첸시아’로 새로 론칭함에 따른 것으로, 새로운 브랜드명을 적용할 경우 아파트 단지의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예비입주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아파트 명칭이 거래 가격을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논문도 있다. 지난해 한국부동산분석학회가 발행한 ‘명칭 변경 사례를 통해 살펴본 아파트 브랜드 프리미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아파트의 명칭을 인지도가 더 높은 브랜드로 변경한 경우 명칭을 변경하지 않은 주변 아파트보다 약 7.8%의 프리미엄에 거래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과 공공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휴먼시아 등 공공주택 단지의 명칭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많다”며 “아파트 이름과 브랜드에 따라 집값과 심리적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주택들도 브랜드나 입지여건을 강조하는 이름으로 바꾸려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